1.
인간은 항상 나의 존재를 궁금해 한다. 참 쓸데없는 짓이다. 태초부터 인간은 지구 안에서 우주를 연구해야 하는 불리한 위치에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도구를 총 동원한다 하여도 절대 넘 볼 수 없는 곳임을, 인간은 자각하지 못한다.
지구와 우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가까이 있는 것은 다가가 볼 수도 만질 수도 있으나, 멀리 있는 것은 형체를 알아보기도 어렵다는 것을 인간은 인정하지 않는 듯 싶다. 마치 자신이 뭐라도 된 마냥, 세상의 이치를 바꿀 수 있다는 마냥 날뛰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한심한 것들.
수많은 갤럭시로 얽혀 있는 우주 속의 인간은 매우 작고 힘 없는 존재일 수 밖에 없음을, 언제쯤 깨달을까.
100년 남짓한 인간의 생명은 100억년의 빛의 시간을 타고 나에게 도착한다. 무수히 많은 별들이 나의 품 속에서 초 단위로 죽고, 태어나고, 다른 세계로 이동한다.
무한의 시간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고, 살아 있으며, 영생하는 존재.
인간들은 그런 나를 ‘어둠’ 이라 칭한다.
2.
별은 덩치가 작을 수록 수명이 길다. 크기가 작을 수록 수소의 핵융합이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는 예외였다. 10분의 1의 약한 생명력을 가지고 온 너는, 어떤 별들보다 찬란하고 환하게 빛났다. 너의 존재는 우주의 공식을 깨버리는 순간이였다.
태양도 달도 집어삼켜버린 내가, 하찮은 네게 말했다. 넌, 나 없이 빛날 수 없다고. 그런 나를 보며 너는 하얗게 웃었다. 빛은 어둠이란 공간 속에만 존재하는 허상 이자 유일하게 어둠에 대항할 수 있는 밝음 이란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채, 의미 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태양은 팽창해서 지구와 달과 가까이 있는 모든 행성을 집어 삼킨 뒤 붕괴되어 백색왜성이 될거에요."
"그리고, 우린 모두 사라지겠죠.”
우리의 결말은 그 뿐입니다.
우리라,
나도, 너와 함께 사라질 수 있을까.
3.
인간은 무모하도록 멍청하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나의 한계를 시험하려 든다.
“제 별을 찾으러 왔습니다.”
알아서 빛나다 때가 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될 별의 운명을 거스르고자, 자신의 생명을 반납한 인간이 찾아왔다.
천문학자, 라고 했다.
생명이 다하지도 않은 인간의 몸으로 악을 쓰는 모습이 꽤나 우습다. 아무리 둘러봐도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는 자신의 별과 필연이라 외쳤다. 우주를 공부한다는 작자가, 별은 차원과 차원 사이의 무존재를 형상화 한 것 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한단 말인가. 같잖다. 나는 품고 있는 별을 일일히 세어본 적도, 들여다 본 적도 없다. 마음대로 사라질 것들 이였다.
지나가라, 명하였다.
싫습니다, 반항한다.
내가 무섭지 않으냐, 경고한다.
운명은 인간의 것 이라는 걸 잊으셨나 봅니다, 발악한다.
그리고 인간은, 끝내 원하던 별을 손에 쥐었다.
또 다시 우주의 공식이 깨지는 순간이였다.
4.
태양은 폭발했다.
그러나 너는 틀렸다.
빛이 없는 이상, 어둠은 영생한다.
너는 사라졌고, 나는 영겁의 시간 속에 또 다시 갇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