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총알은 몸의 표면을 관통한 후 뼈를 부수며 일시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부서진 뼈의 파편들이 회전하는 총알에 휘감겨 나갈 뿐 만 아니라 사방으로 퍼져 깊은 곳까지 파고들며 다발의 손상을 입힌다. 그 이후 충격으로 인한 파동으로 뼈의 파편들이 총알이 지나간 자리의 중심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이 것이 제 자리를 찾는다는 뜻은 아니다. 몸에 박혀버린 총알은 앞뒤로 끊임없이 움직여 또 다른 폭탄처럼 작용해 추가적인 상처를 입힌다.
2.
탄환을 표적에 맞추기 위해서는 총구를 원하는 고도에 고정시킨 다음, 물체가 사정거리 안에 있을 때 방아쇠를 당기면 된다.
탕 -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힘 없이 총을 떨어뜨린 후 현장을 떠났다.
3.
그는 자신의 총알이 힘을 잃기를 바랬다. 모든 것을 처음으로 돌리고 싶었다. 몸에 표면에 박힌 총알이 1~2인치의 깊이에 멈추었을, 그때로.
그의 대상 없는 기도는 응답되지 않았다.
4.
벽에 걸린 낡은 시곗바늘이 움직임을 멈췄다. 장면 속 핏빛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색을 잃었고, 마침내 배경을 이루던 보라색의 잿빛마저 점차 검은색을 향해 기울어져 갔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자유라 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