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얼레벌레 준비했던 MBA 입시를 마무리하며 출국을 한 달 앞두고 있다. 고3 입시 때도 이렇게 험난하게 하지 않았던 내가, 직장인이 되어 밤샘과 눈물로 가득 찬 과정을 버텼더랬다. 그동안 크고 작은⎯때로는 중간 정도의⎯감정과 근황을 비공개 인스타그램 계정에 남겼다. 다이어리를 차마 쓰지 못할 정도로 여유 없는 와중에 그 순간에 떠오르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필사적으로 발버둥 친 흔적에 가까웠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공간은 표현의 자유를 선사했다. 기록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다. 글자의 형태를 띠는 날 것의 표현이었달까.
입시 기간은 공부할 뿐만 아니라 지난 삶을 돌아보고 앞을 내다보는 시간이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인생이라는 도화지에 선택이라는 점이 중구난방으로 찍혀있었다. 그때그때 나름의 이유가 있어 선택이라는 점을 찍었으리라. 아직 그 점들을 어떻게 이어야 될지, 이어지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목표가 하나 생겼다.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뿐이다. 사실 멋들어진 커리어 목표보단 내 인생에 어떤 방향성 정도나 될까 싶은 어렴풋한 그러나 동시에 선명한 목표가 생겼다. 이야기가 많은 사람.
참으로 보고 느낀 게 많았던 입시 기간 동안 이렇다 할 기록이 없었다. 단편적인 야생의 흔적이 있을 뿐. 비교적 정제된 언어로, 누군가가 볼 수 있는 기록으로 다시 남기고 싶었다. 어쩌면 내 이야기가 시작되는 최초의 지점이니까. 지난한 과정을 지나 마침내 새로운 챕터를 열게 된 이 여정이 서론이 되어 언젠간 그럴싸한 본론으로 이어질 테니까.
사실 지금도 글을 쓸 여유가 있는 것도,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다. 남들보다 늦게, 문 닫고 들어간 합격 소식은 기쁨과 동시에 약간의, 아니 솔직히 말하면 어마어마한 압도감을 주었다. 지원했으면서도 예상하지 못한 합격 소식이었다.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합격한 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 했다. 한국을 떠날 준비도 해야 했다.
사실 여유와 시간이 없다는 게 변명이라는 것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앞으로 여유는 더 없어질 거고 잠을 잘 시간도 줄여야 될 테다. 그러니 지금 쓰자. 그냥 쓰자. 그런 마음으로 일주일에 한 번 500자 글쓰기 모임에 출사표를 던졌다. 일주일에 한 번? 그 정도는 할 수 있지라는 마음이 드는 가벼운 강제성. 500자? 그거 뭐 카톡 전체 보기 되는 길이도 안 되겠다 싶은 짧은 길이. 적절한 강제성을 부여하니 이렇게 마감 30분을 남기고서라도 글을 쓰게 된다. 책상에 앉는 게 어렵지 글을 시작하면 어느새 타닥타닥 타자 소리만이 남는다.
앞으로 써 내려갈 글밥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시리즈명을 정하고 싶었지만, 게으른 나는 서문을 쓰는 지금까지도 제목 하나를 정하지 못했다. 첫 술에 배부르려는 마음인 것 같기도.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 말마따나 글을 다 쓰고 나면 마음에 드는 시리즈명이 떠오르길 바라본다. 얼렁뚱땅 서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