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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날의 안녕 Aug 28. 2023

나 홀로 소송, 괜찮겠냐고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사실은 난 혼자가 아니니까...

안녕하세요. 보통날의 안녕입니다. 

제가 8월 한 달간 글을 아예 쓰지를 못했었네요. 

걱정해 주시는 댓글을 보니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일상을 조금 더 빨리 만들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태풍이 온다고 기온도 많이 떨어지고 바람이 매섭습니다. 

마치 벌써 여름이 다 끝난 느낌마저 드네요. 

남편이 없이 어떻게 살까 생각을 했던 시간도 벌써 그렇게 혼자 지낸 지

일 년이 다 되어갑니다. 

글을 올리지 못한 것은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저의 행동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가지 못할 만큼 느리고 멍하고 

소모적이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할 때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입니다.


지난주에 브런치 게시글과 관련된 민사소송이 있었습니다. 

혼자 준비하는 소송이고 답변서를 작성하다 보니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지난주 화요일에는 민사소송이 있었고 금요일에는 2차 가사조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이번주 금요일에는 명예훼손 관련 형사고소 당한 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법원을 제집 드나들듯이 드나들고 경찰 조사까지 앞두고 있어

중대범죄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지만 그렇다고 위축되거나 무섭지는 않습니다.


걱정과 위로, 그리고 힘내라는 말씀들 모두 소중하게 가슴에 새기며

늘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글을 쓸 수 있도록 컨디션 조절을 잘하겠습니다. 


저에게 용기를 주시는 많은 분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지난달 말에 게시물 삭제 관련 민사소송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혼 담당 변호사는

도움을 줄 테니 그냥 혼자서 진행하라고 나에게 조언을 했다.

그렇게 나는 게시물 삭제 및 게시 금지 가처분 관련 민사소송을 혼자 준비하게 되었다.

물론 8월 내내 소송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몸이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지독한 무기력증과 싸우고 있다.

그동안 살면서 '무기력하다, 아무것도 못하겠어.. '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나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쳤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일처리가 느리거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사람들을 게으르다며 이해를 하지 못한 채 살아왔었다.


그런데 그게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이겨내기 힘든 무서운 병이라는 것을 

실제로 겪게 되니 과거의 내 행동이 얼마나 오만하고 무지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무기력증과 관련하여 류마티스내과와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았다.

섬유근육통 증세 중에 하나가 무기력증과 체력고갈, 집중력 저하라고 

의사는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제 뭐라도 해야 하는데 그냥 내 병의 증세이니 약을 더 먹으라는 조언 외에는 

해결책이 없었다.


정신과 상담에서도 지금 내 상황이 우울증과 함께 동반하여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너무 답답해서 무기력증을 완화해 주는 약 같은 것은 없는지 물었다. 

너무 바보 같은 질문이긴 하지만 무기력증을 완화할 수 있도록 약을 조절해 주겠다는 

답을 해주셨고 다행히 오전에는 일정한 시간에 눈을 뜰 수는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엇인가를 하기에는 여전히 난 무기력해 있었다.


눈을 뜨고 있지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고 아무것도 할 수도 없다.

그렇게 나는 느리고 느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저녁 6시 즈음이 되면 체력이 모두 소진되어 앉아 있는 것조차도 힘들어

의자에 기대어 있다가 쓰러져서 자게 된다. 이렇게 잠이 들면 일어날 수가 없다.

고양이가 계속 깨우는 소리가 들려 침대로 가려고 해도 몸을 일으킬 수가 없어

바닥에 누워 한참을 쓰러져 자기도 한다.

이렇게 잠이 들면 나는 이 한여름에도 샤워도 하지 않고 잠을 잘 정도로 기절 상태가 

되어 버린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고 하루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 나름 여러 가지 노력을 하지만

나의 하루는 너무 짧고 멍하니 있다가 어느덧 8월은 그냥 흘러가 버렸다.



그러다가 소송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변호사는 아주 깔끔하게 쟁점이 되는 부분 등을 잘 정리해서 나에게 문서로 전달해 주었다.

업무가 정말 바쁜데도 이렇게 잘 정리된 문서와 나에게 힘이 되는 메시지를 보니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힘이 났다. 


남편은 나와 브런치를 운영하는 카카오 둘에게 소송을 걸었는데 앞서 카카오 측에서 답변서 보낸 것 

역시 내가 글을 작성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하지만 내 글이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을 줄 만큼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내용이 답변서 일부에 담겨 있었다. 


그동안 변호사가 작성한 서류들을 보면서 법원에서 사용되는 문서의 포맷을 살펴보고

카카오 측 변호사가 작성한 답변서의 포맷을 차용하여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데도 나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증거자료를 정리하고 전자소송 시스템에 업로드를 

심문기일 바로 전날 오전에야 할 수 있었다.


다음날 심문기일이 있는 날이었다. 

6월에 처음 가사조사를 받으러 법원에 가야 할 때는 가사조사 일주일 전부터 너무 긴장이 되어

다량의 신경안정제를 계속 복용해야만 했다. 

그리고 가사조사를 마치고  나서도 나는 약 한 달간 공황발작으로 후유증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두 번째는 확실히 달랐다.

긴장이 되긴 했지만 심장이 터질 것 같지도 않았고 태어나서 처음 판사 앞에 서는 것이지만

담담하게 법원으로 향했다.


긴장감은 재판장을 들어가게 되면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5분 간격으로 사건이 배정되어 있었고 뒤에는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면서 

TV에서 봤던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와는 너무 달라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5분 간격으로 사건이 배정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그게 가능한가... 의문이 들었는데.... 가능했다.

조금 기다리니 앞에 사건이 끝났고 내 이름이 호명되고 피고 자리에 앉았다. 

판사는 사건에 대해서 대략적인 확인을 하고 각자에게 한 마디씩 말을 하라고 했다.

각자 한마디는 매우 짧았으며 3주 뒤까지 추가적인 답변서를 보낼 사람은 보내라는 이야기와 함께 

종료가 되었다.


정말 5분 정도만에 정말 끝이 났다.


나에게 이 사건은 변호사에게 굳이 위임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왜 했는지 

너무 이해가 잘 되었다.


나는 밖으로 나와 카카오 측 변호사와 잠시 이야기를 했다.

사건에 대해서 그래도 관여가 된 사람이니 이것저것 묻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는 형사고소까지 당했으면 많이 힘드실 텐데...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좋지 않냐는 

의견을 이야기해 줬다. 

나는 그냥 웃으면서 괜찮을 거 같다고 답을 했다.


이제 나는 이런 일은 별로 겁이 나지 않을 정도는 된 거 같으니까...




내가 처음 브런치 글 삭제에 관련된 소송을 당한 것을 알게 되면서 변호사에게 

사건을 함께 일임을 하려고 했었다. 

건강도 좋지 못한 내가 법원을 쫓아다니며 이것저것 할 생각에 골치도 아프고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이 혼자 대응하는 것은 무섭기도 했었다.


하지만 변호사는 어차피 사건에 대한 내용은 의뢰인이 직접 써서 줘야 하고

변호사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사전에 나에게 이야기를 해준 것이었다.


보통 의뢰인은 재판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변호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의지를 많이 하게 된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소액이겠지만 사건을 더 맡으면  결국에 더 좋은 일인데 

사건을 거절하고 도와줄 테니 혼자서 하라고 제안을 했었다.


변호사는 내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줬고 나에게 솔직했으며 

내가 혼자 사건을 진행할 수 있게 도와줬다. 

이 구렁텅이 속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사건을 함께 진행하고 의지할 수 있게 되어

고맙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남편의 표현대로 나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서 생활을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과도 연락을 하지 않고 있으며 외출은 엄두도 낼 수가 없다.

유일한 외출은 병원을 가는 것 밖에 없는데 한의원은 거의 매일 다니고 있으나

그마저도 컨디션이 좋지 못하면 거리가 너무 멀어 병원을 가지 못할 때가 많다.

왕복 2시간 거리를 운전을 해서 가야 하는데 내 저질 체력으로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병원을 다녀오면 이미 기운이 모두 빠져 있기 때문에 누워서 체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그나마 통증을 가라앉히고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기에 

멀고 힘들어도 계속 다니고 있다.

하지만 체력이 확 떨어져 운전을 하다가 졸음으로 고생을 한 경험이 종종 있기 때문에 

컨디션에 따라서 병원을 갈지를 결정한다.


한동안 소송 준비와 체력 고갈로 병원을 가지 못했다가 오랜만에 병원을 찾았다.

병원을 다니면서 내 심리적인 상황이 통증과 증상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재의 내 상황을 원장님은 모두 알고 계신다. 

소송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고 체력이 너무 많이 떨어져서 힘들다고 이야기를 했다.


체력이 너무 소진되어 한약을 먹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원장님께서 '제가 이번에는 약을 좀 해드리고 싶은데 약을 좀 드시는 게 어떠세요?'라고 물었다.

나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고 '안 그래도 약을 좀 먹어야 할거 같았어요.'라고

답을 하다가... 원장님께서 무료로 한약을 해주신다는 뜻을 파악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원장님은 내가 제대로 된 소득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되는 소송까지

경제적 상황이 좋지 못한 나에게 목돈이 드는 한약을 먹으라는 말을 하기가 좀 그러셨던 것 같았다.


나는 지금 몸이 아파서 일을 거의 하지 못하고 아주 약간의 수입이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소송으로 수임료가 목돈으로 나가고 병원비가 지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니

여유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원장님께서는 그러면 나중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약값을 달라고 하셨다.

나는 한사코 거절을 하며 괜찮다면서 지금 결재할 수 있다며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다.

병원에는 보통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는데 아마도 나보다 더 어려운 분들이 많이 계실 거 같기에

거듭 괜찮다는 말씀을 드렸다.




병원을 나오는데 마음이 따뜻해졌다.

고마운 마음에 병원 안에서 하마터면 울 뻔했었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만 했거나 혹은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졌던 것만을 생각하며 사람과의 관계에서 남은 것은 후회뿐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그래서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또 조심을 했지만 그런 일들은 반복이 되었고

결국은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는 사람을 통해 피해만 입고 살고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가까운 관계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기도 했고

마음속 깊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 습관도 생겼다.


그동안 사람에게 이용을 당하고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결국은 또다시 사람을 통해서 도움을 받고 치유를 받아 일어서기를 반복해 왔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라면 나랑 상관없는 이에게 돈은 나중에 형편이 괜찮을 때 달라고 

이야기하며 무료로 무엇인가를 내어줄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돈을 조금 더 벌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내 시간을 투자해서

그 사람이 혼자서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선뜻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아마도 나는 도움을 준 사람이 나중에 내 뒤통수를 칠까 봐 겁이 나서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면 또 이용당했구나.. 이런 생각을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니까...


책에서 본 내용인데 기억이 나는 부분이라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면,

선의를 베풀고자 한다면 대가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늘 누군가를 도와주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엇인가를 바랐던 것 같다.

나중에 뭔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하겠지... 내가 필요할 때 도와주겠지..

기브 앤 테이크가 기본 아니야... 이런 생각이 늘 지배적이었다.


그렇게 도움을 주고 상대와 연락이 끊기거나 관계가 안 좋아지면

그러니 인간은 도와줄게 못돼. 결국은 뒤통수를 친다니까..라는 생각을 하며

늘 사람을 통해 피해를 받은 일만 기억을 하면 살고 있었다.


억울해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내가 선의를 베풀었다고 그것이 100% 돌아오는 것은 아니니까..

선의는 되돌려 받을 것을 생각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왜 이제야 깨닫게 된 걸까..


가장 가까운 사람을 통해 받은 심장이 뻥 뚫린 것만 같은 상처는 

나와 잘 아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람이기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이 내게는 있었다.


구질구질한 내 이야기를 읽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자신의 시간을 내어 

걱정되는 마음을 표현하거나 힘을 내어 살아갈 이야기를 댓글로 남겨주는 사람들...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여러 정보를 공유해 주며 건강을 기원해 주는 사람들...

이메일까지 보내주시면서 내가 잘 살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써준 사람들...


결국 나는 사람을 통해 받은 상처를 사람으로 치유를 받고 있었다.


이제는

사람을 미워하지 말자.





*

제가 작성한 모든 글은 소설이 아닌 제가 직접 경험한 일을 중심으로

작성한 에세이 입니다. 

거짓이나 과장 또한 없는 모두 실제 저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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