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자식도 없이 혼자인 삶을 선택한 이유
우리나라 1인 가구가 급격하게 늘어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1인 가구 때문에 향후 20년 뒤가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는 뉴스를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가 있다.
가끔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나의 20년 뒤가 사회에 큰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가 될 거라는 예상에 슬퍼지기도 하고 적어도 사회에 기대어서 사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나의 미래는 중년이 되어 자식도 없이 이혼을 한 딸을 바라보는 부모님께도 걱정거리가 되어 버렸다.
혹여라도 당신들이 세상에 없을 때 챙겨주는 이 하나 없이 내가 세상에 남겨질 것을 여러 가지로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았다.
이제 마흔 중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투병생활이 시작되면서 세상에 혼자 떨어져 생활을 하는 내가 위태롭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가족들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라고 생각을 하며 아직은 젊다.. 일어설 시간이 아직은 나에게 남아 있다고 생각을 한다. 건강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고 무기력증도 조금씩 이겨내면서 가까운 곳에 산책도 나가게 되고 조금 더 움직임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혼자일 때와 둘일 때 뭐가 차이가 있을까..라고 애써 담담하게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당장 한 시간 뒤에 나에게 벌어질 일도 알 수 없는 변화무쌍한 시간 속에 살고 있는 내가 미래를 걱정한다고? 웃기는 생각이다.
지금 당장 오늘 하루만 바라보고 살아도 나에게는 벅찬데 미래까지 걱정하면서 지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언론에 나오는 뉴스를 볼 때면 사회문제가 된다는 나를 바라보면서 애써 떨쳐낸 복잡한 생각이 다시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갈증으로 답답하던 때에 나에게 정말 단비 같은 댓글이 남겨져 있었다.
남편도 자식도 없는 인생을 세상에 잠시 소풍 나온 가벼운 삶이래요.라는 내용이었는데 너무 가슴이 찡해졌었다. 그 댓글을 메모를 해두는 것인데 메모해 두는 것을 깜빡해서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답답한 내 가슴에 너의 인생은 잠시 세상에 소풍 나오듯이 살다가는 가벼운 삶이라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살라는 말로 느껴져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소풍 나온 삶이라 너무 멋진 말이었다.
소풍 나온 가벼운 삶, 그래 맞는 말이었다.
혼자로 지낼 때 단점도 있지만 가정을 꾸리고 살았을 때도 역시 단점은 있었다.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 때는 몰랐던 책임감이 무겁게 짓누르던 시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당장 명절만 되어도 싱글일 때와 며느리일 때는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것처럼 다른 시간을 보내야만 했고 결혼한 여자로서 포기를 강요받는 것들도 많았다.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엄마도 아닌 그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삶, 나는 내가 선택한 내 삶을 존중하기로 했다.
포기해야 할 것들이 포기가 쉽지 않았고 결국 혼자 사는 삶은 불안정해 보일 수 있지만 내가 선택한 삶이었다.
내가 한 선택을 주변 사람들이 위태롭게 바라본다고 해서 위축되거나 같이 불안해할 필요는 없는 것인데 왜 그런 것에 또다시 흔들렸는지 모르겠다.
어느 날 본 댓글 한 문장에 나는 혼자 살아가는 내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무거운 책임감을 떨쳐 버린 그저 가볍게 잠시 소풍 나온 삶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니 내 인생이 미래 우리 사회의 문제적인 존재가 되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혼자라는 단어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외로움이라는 말보다는 내가 자유로움에 더 집중해서 내가 원하는 삶에 더 집중하고 싶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다고 사람은 사람과 함께 있어야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모든 사람이 동일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평생을 함께할 좋은 사람이 곁에 남아 있지 않다면 내가 가진 결핍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깊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어쩌면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내 삶의 작은 디테일을 더 선명하게 바라볼 시간이 내게 주어졌다는 생각도 든다.
남들이 걱정하는 혼자는 사실 내가 마주한 풍경을 더 깊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이다.
무엇인가를 이루어 내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지금의 나를 알아가는데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삶이라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되었다.
오늘은 저녁이 되어서야 산책을 나왔다. 참으로 오랜만에 나와서 걷는 길이다.
길가의 꽃들과 하늘의 구름 그리고 돌 사이를 빠져나가는 물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산책을 하듯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