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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이 인생, 고독사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고독사에 담긴 삶의 태도에 대하여

by 보통날의 안녕

40대 중반 이후, 2번째 이혼을 겪어 내고 나니 이제는 다시는 곁에 사람을 둘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는 나중에 늙어서 병이 들어 죽음에 달 했을 때 그때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그래도 사람들이 곁에 있어야 한다며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당장도 이혼소송에 각종 법적인 문제들로 얽혀서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너무나도 먼 미래까지 생각을 하고 답을 해야 하는 게 피곤한 일이지만 혼자 맞이해야 하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해볼 수가 없었다.


이미 투병 중에 전 배우자의 외도로 이혼소송을 하고 있다. 앞으로 나는 지독한 통증과 함께 삶을 잘 살아가야 한다.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사람도 지독한 통증으로 고통받는 나를 외면할 정도인데 내 곁에 사람이 있어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혹여라도 누군가가 내 옆에 함께 해주겠다고 해도 내가 그걸 원하지는 않는다. 아픈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너무 잘 알기에...


혼자서 살아가는 삶에는 죽음까지도 혼자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때서야 하게 되었다.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삶이라는 세상을 이미 떠나버린 상태이니 마지막 역시 혼자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세상을 떠난 뒤 내 육신만이 세상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내가 혼자 남겨져 있다고 한들 그게 중요한 의미가 있을까?


장례를 치르는 의식도 살아 있는 사람들이 만든 개념일 뿐 떠난 망자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 아닐까?


내가 고독사를 했다고 해서 슬퍼할 이들은 세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고 나는 이미 떠난 망자이니 고독사에 대한 슬픔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삶의 경계에서 죽음으로 떠난 자에게 고독사가 뭐가 그리 큰 의미가 있는 것인지... 고독사하면 어쩌려고 그러냐며 마치 고독사를 몹쓸 전염병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저 담담히 내 생각을 전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겨두고 떠나는 이들은 슬픔과 걱정으로 죽음으로 떠나기 힘들 수 있겠지만 남겨두고 떠나는 이가 없으니 그저 살아내느라 고생 많았으니 홀가분하게 세상 떠나고 싶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과연 드라마에서 처럼 가족들에게 유언을 남기고 떠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남은 가족들 모두에게 마지막 말을 전하고 떠날 수 있다면 그건 남아 있는 자와 떠나는 자에게 모두 감사한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드라마와 같은 일은 현실에서는 그렇게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세상을 떠날 수 있는 경우는 오랜 투병을 하고 병원에서 마지막을 준비해야 함을 알려줄 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병원에서 오랫동안 투병을 하고 난 뒤 세상을 떠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언을 남길 사람도 없지만 나는 드라마에서 그리는 죽음에 대한 환상은 버리게 되었다.


배우자와 자녀가 있더라도 죽음을 혼자서 맞이하는 일은 지금은 흔한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니 혼자 살이를 하는 사람만이 꼭 고독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의 사망 사실을 사람들에게 어느 시점에 알려지는 것인지가 중요하겠지만 그 역시도 떠난 망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죽음은 혼자서 맞이하는 것이다. 다만 내 시신이 부패하고 난 뒤 발견이 되면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건 남아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슬픔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이 세상을 떠나버린 망자에게 육신이 어떻게 되었는지, 장례를 어떤 방식으로 치러졌는지의 여부가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니 고독사를 그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혼자살이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역시 그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내가 이미 세상을 떠나서 없는데 내 육신이 부패를 하는 것까지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떠났지만 나는 세상에 남아 있는 사람이기에 충분히 슬퍼하고 존엄한 죽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남아 있는 자의 몫이라고 생각을 한다.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비단 혼자 사는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마치 가족이 없는 사람만이 고독사를 하는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가족이 있어도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죽음을 늦게 발견하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종종 발생한다.


혼자살이를 하는 사람에게 지금은 젊으니까 괜찮지만 노년의 생활은 불행하고 외로울 것이다라고 너무 당연하게 혼자살이 하는 사람의 미래를 폄하하는 말을 하는데 실제로 혼자살이 하는 사람만이 노년이 외롭고 불행한 것도 아니다.


외롭고 불행한 삶을 살지 아닐지는 그 사람의 삶에 대한 태도에 따라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히려 혼자 시간을 보낸 것이 익숙해지면서 나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아가게 되었다. 함께 사는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그것들을 하면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결코 외롭거나 불행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잘 맞지 않는 사람과 한 공간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면서 눈치를 보거나 냉랭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독사를 마치 인간으로서 최악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이것이 혼자살이 하는 사람에게는 숙명과 같은 일이라고 여긴다. 어떤 이에게는 고독사는 두려운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나눴을 때 세상을 떠난 이에게 나는 죽음 이후의 시간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을 살면서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저 살아 있는 동안에 잘 살아내는 것이 살아가는 사람에게 주어진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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