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고 ‘가정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가정환경’에 의해 날카로운 감수성이 생겨난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가정환경’의 중심에 부모가 있었던 건 아닌지.
D복지관 가족복지 팀을 맡으면서 부모 교육 공부를 시작했다. 부모를 이해하고 싶어 교육에 더욱 매진했다. 자녀와 갈등을 겪고 있는 부모들과 그 자녀들을 숱하게 상담했다. 상담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생각보다 많은 부모가 일단 자녀가 생기면 어떻게든 부모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여긴다. 자기 자식이니깐.
하지만 아니다. 자녀 교육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사랑과 그 사랑을 보여주는 건 엄연히 다르다. 부모 자식 간의 애증, 가족 간의 미묘하고 복잡한 역사를 내 필력으로는 어찌 써볼 수 없다.
얼마 전 우연히 한 문장으로 정리됐다. 알쓸신잡 시즌3 피렌체 편이다. 해당 회차에서는 유시민 작가가 500년 넘게 운영된 고아원을 방문한다. 고아원 내 일부 공간에서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영상에는 고아원을 거쳐 간 아이들이 고아원 생활에 대해 말했다.
유시민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영상에는 한 여성이 나온다. 여성은 어릴 때 그 고아원에 버려져 자라다 좋은 양부모를 만난다. 잘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친부모가 소송을 해 자신을 데려 간다. 소송까지 해가며 자신을 데리고 간 친부모는 자신을 방치한다. 영상 마지막에 그 여성은 말한다.
“가족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거예요.”
그 문장이 한동안 나를 놓지 못했다. ‘만들어지는 것’과 ‘만들어가는 것’ 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몇 해 전 새벽 엄마가 응급실에 가셨다. 보호자 서명란에는 나의 이름이 써졌다. 수술을 받으셨을 때에도 나의 이름이 들어갔다. 엄마 보험의 주 상속인도 가족 의논 끝에 내가 되었다. 엄마의 인생이 고되었기에 유년시절부터 나의 감정은 숨겨야했다. 늘 엄마 감정이 더 중요했다.
지금은 다르다. 나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감정들을 묻어두지 않는다. 아동청소년기의 나를 내려놓고 새롭게 가족을 바라본다. 가족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엄마와 함께 가족을 만들어가고 있다.
부모 교육 이론은 부모 역할에 대해 다양하게 정의 내리고 있다.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실제 부모 상담과 강의 교육을 통해 내가 정의내린 반드시 이행해야 할 부모 역할이 있다.
첫째, 부모 자신이 본인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부모 스스로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셋째, 양육 방법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넷째, 부모는 일상에서 자녀와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야 한다.
이 글을 지금 읽고 있는 당신이 부모라면, 혹은 부모가 될 준비 중이라면 또는 언젠가 좋은 부모가 되길 원한다면 꼭 기억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