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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취미활동

by 토리가 토닥토닥

이력서 작성 과정에서 조금 곤란한 항목은 취미를 성하는 것이다. 그 항목을 통해 업무능력 외에 무엇을 파악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독특한 내용으로 일단 눈에 띌 수 있도록 할 것지 아니면 정직하게 작성할 것인지 매번 생각하 된다. 나의 취미활동은 고리타분한 박물관 관람이기 때문이.


박물관 관람이 언제부터 취미였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대략 30살 때쯤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목우도라는 그림을 보게 되었다. 소 3마리 그림이 순식간에 마음을 가져가 버렸다. 우울하면 책을 사모았는데 어느 순간 박물관을 찾아가 고목우도라는 그림을 찾게 된다.


고목우도 (古木牛圖) 작가:김식 (金埴) 1579년 기법지본담채 (紙本淡彩) 크기 51.8 x 90.3 cm제작연도 17세기 중엽경 소장기관:국립중앙박물관


다른 그림으로 교체된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박물관을 찾아갔다. 고목우도를 통해 박물관이 주는 매력을 알아버린 것이다.

일상에서의 스트레스가 쌓인 날. 가벼운 옷차림과 편한 신발을 신고 2012년식 스파크를 타고 박물관에 간다. 도착해서 제일 먼저 커피집에 들러 아메리카노와 편의점 샌드위치, 김밥을 산다.

박물관이 보이는 그늘 가득한 나무 아래 쓰레기통이 그리 멀지 않은 테이블에 앉는다. 우걱우걱 샌드위치와 김밥을 한입 가득 먹는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유모차를 밀고 산책하는 젊은 부부와 올망졸망 뛰어다니는 아이의 모습을 본다. 그것만으로 일단 마음이 가벼워진다. 30~40분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박물관 건물로 발걸음을 옮긴다.

1~2층은 관찰 유물이 많은 탓에 학생들이 많아 바로 3층으로 올라간다. 3층 세계 미술관에 있는 일본 전시관 중앙에 있는 그림을 멍하게 바라본다. 2층 서화관은 꼭 들려야 하는 필수코스다. 이것으로 박물관 하루 코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활동인 것이다.

왜 박물관을 가는가에 대한 질문은 ‘높은 천장, 여백미 가득한 공간’으로 대답할 수 있다. 특히 사람이 없는 평일에 가면 그 썰렁함은 절정이다. 그 큰 공간에 나의 발자국 소리만이 타박타박 들린다. 그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 마음도 편안해진다. 나의 주목적은 전시물 관람보다 서늘하며 고요한 그 분위기를 즐기며 일상에서 무거워진 생각들을 잘 정리하고 오는 것이다. 돌아오는 길은 한결 가볍다.

2020년 봄 국립중앙박물관

'취미' : (명사)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네이버 국어사전)


이쯤 되면 정말 '박물관 관람'은 정직한 취미활동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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