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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익숙해지는 시간들

by 토리가 토닥토닥

지난 일주일은 근 한 달을 고민하던 일들의 정점이었다. 침묵이 이토록 편하고 고마웠던가.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면 나도 모르게 책장으로 손이 가는 책이 있다.

박완서 작가님의 ‘한 말씀만 하소서’다.


그녀는 1953년에 결혼하여 1남 4녀를 낳았다. 1988년 남편의 사망 3개월 후 마취과 의사를 꿈꾸던 아들이 25살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죽었다. 처절한 글쓰기가 시작된다. 그 절망과 고통으로 쓴 글이 ‘한 말씀만 하소서’다.


“내가 만약 ‘왜 하필 내 아들을 데려갔을까?라는 집요한 질문과 원한을 ’ 내 아들이라고 해서 데려가지 말란 법이 어디 있나 ‘로 고쳐먹을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구원의 실마리가 바로 거기 있을 것 같았다.” 102p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죽음 앞에서는 허용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의 고통을 짐작할 수는 있으나 그 고통이 나의 것이 될 수 없듯이 나의 고통도 다른 이들에게 공감 얻기는 힘들 것이다.

글로 표현된 고통을 읽으며 내 고통의 깊이를 확인해보게 되는 것은 얇고 못된 나의 이기심을 대변한다.



박완서 선생님께.


선생님께서 영면하신 지 9년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글 속에서 서늘하지만 따뜻하고, 따뜻하지만 글이 가진 담백함과 의지가 되어주는 단단함에 대해 참으로 감사했지요. 선생님의 글 중 '기억 중에는 갚아야 할 것 같은 부채감을 주는 기억도 있는 법이다.'라는 문장에 한동안 빠져나오지를 못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문장으로 만난 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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