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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교가 없지만

by 토리가 토닥토닥

딱히 종교를 고르거나 배척하지 않는다.

사회복지 위탁기관의 대다수가 조계종, 개신교, 천주교 등 다양한 종교법인에서의 운영 덕분이다.


어릴 적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개신교 문화에서 성장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를 미션스쿨에서 다녔기 때문이다.

찬송가 경연대회 및 신앙부흥회 등과 성적에 들어가는 성경수업 덕분인지 웬만한 성경인물과 찬송가, 가스펠은 마스터했다.


처음 입사한 복지관도 바로 옆 대형교회에서 위탁 운영하는 곳에 들어갔다. 아침마다 전체 직원들이 모여 시편을 3장씩 읽었다. 매주 월요일 목사님이 오셔서 직원 예배를 했다. 15년 가까이를 개신교 문화 속에 있었다.

다음 복지관은 조계종에서 운영하는 복지관 이었다. 주 1회 직원 법회를 통해 반야심경을 외웠고, 108배를 했다. 그리고 부처님 오신 날에는 법인 사찰에서 등을 달고 신도들의 밥그릇을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닦았다.

다음 복지관은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수녀님들과 아침마다 작은 미사를 드렸다. 주 1회 직원 미사가 있었고 팀장님이 수녀님이셨다.

한국의 3대 종교를 직업 유지를 위해 몸으로 겪게 된 셈이다. 욕도 많이 했다. 사회복지는 왜 순수하게 사화복지를 지향하는 곳에서 운영하지 않는가? 관장은 왜 다들 종교인들인가!


그런데 우습게도 그 덕분인지 나도 마음이 힘들면 어느 날은 집 근처 성당 아침 미사를 갔고, 어느 날은 교회 1부 예배를 드렸다. 또 어느 날은 일부러 차를 끌고 사찰에 찾아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부처님께 절을 했다.


가정방문을 통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복지사업을 약 6년 정도 했다.


한 아주머니의 도움 요청으로 초기면접을 위해 방문을 했다. 아주머니는 당시 50대로 혼자 사시는 수급대상자이셨다. 살고 계시는 곳은 화장실은 밖에 있는 방 1칸짜리 월세였다.


그런데 방을 열고 들어간 순간 헉! 했다. 방 한가운데 어떻게 옮겨오셨을까 싶을 정도의 돌이 떡 있었다.

저 가운데 바위같이 큰 돌이 있었다.

그 댁의 방문 이유는 도배와 장판의 교체요청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큰 바위 같은 돌을 본 순간 일단 저것부터 치워야겠다 생각했다.


"어머니 저 돌을 이참에 치워드리면 어떻겠어요?"


아주머니는 한참을 말없이 나의 눈치를 보며 쉽게 입을 떼시지 못했다. 이윽고


"안돼, 저 돌이 나를 지켜주고 있어."


"근데 어머니, 발도 못 뻗으실 거 같은데요. 힘들지 않으세요?."


"응, 힘들어도 나는 괜찮아. 나는 저 돌이 내 신앙이고 내 힘의 원천이야. 그냥 나 도배랑 장판 안 할래. 다음에 해줘."


순간 내가 아주머니의 아픈 부분을 건드렸나 생각했다. 그저 나는 나의 일을 하러 간 것인데.... 환경미화를 해드리고 다시 돌을 놓아드리겠다 해도 결국 설득은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기억이 나는 것을 보니 그때도 미안했고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다. 조금 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어야 했나 싶다.


혹시나 내가 그 아주머니의 정신적 의지처에 대해 말실수했나 생각해보았을 때 그런 점은 없었지만 아마도 그 아주머니가 돌에 대해 들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들은 내가 처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후부터 나는 마음이 힘든 분들 중에 그것이 무엇이든 의지로 삼고 있는 분들을 보면 함부로 대하거나 말하지 않는다.


시람들이 말하는 이단종교면 어떻고, 지나가는 새면 어떠리.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들과 내 마음에 평안함을 주면 그뿐이다.


부처님, 하느님, 하나님

이 세상 마음이 지치고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잠시 어깨 한쪽 내어주셔서 그들이 편안히 기대어 울 수 있고, 잠시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그리고 코로나 좀 없애주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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