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무리다.
요즘 왕복 4시간이나 걸리는 출퇴근을 하며 드는 생각이었다. 그 먼 거리를 감수한 계획은 분명 있었다. 그리고 9개월이 지났다.
매일 아침 루틴은 아침 6시에 일어난다. 6시 50분에 집을 나선다. 8시 40분에 회사 근처 역에서 하차한다. 이 루틴이 지켜지지 않으면 지각이다. 그러나 계획은 틀어지고 어그러지는 게 맛인지라 역시 맛있게 비벼지고 있다.
몸이 눅진눅진한 느낌이다. 피곤의 누적 포인트가 잘 쌓이고 있다. 지하철 내 졸음으로 인한 지각위기는 반복되고 있다. 차를 가지고 다녀야겠다 생각했다. 때마침 코로나도 한몫했다. 그러나 올림픽대로의 정체는 내가 어깨동무할 대상이 아니었다. 평일에도 길 위에 버리는 시간이 2시간이 넘고 비 오는 금요일... 은 3시간도 걸린다. 더 힘든 것은 졸음이다. 결론은 또 다시 지하철이 되고 말았다.
요 근래 내려야 할 역에서 평균 2정거장은 꼬박꼬박 지나쳐간다. 어제 심지어는 퇴근길에서조차 3정거정이나 지나쳐가 나를 경악하게 했다. 하여 졸음이 몰아쳐도 잠을 자지 말고 버텨야겠다 생각했지만 쉽지 않다.
동생에게 말했다. 동생은 세상에 없는 것은 너의 남자 친구밖에 없다며 앱을 깔라 했다.
휴대폰 맨 앞에 배치해 둔 각종 교통앱들 - 깔아도 깔아도 부족하다.세상에나 내려야 할 역을 알려주는 알림 앱이 있었던 것이다! 평상시 휴대폰을 활용하여 기본적인 것들을 잘 쓰기는 했다. 그러나 지하철역 알림 앱을 접하고 나서 휴대폰의 앱의 세계는 정말 보물상자처럼 판타지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세상에나 그게 머라고!!
드디어 오늘 아침에 앱을 깔고 역을 설정한 후 변함없이 쿨쿨 잠이 들었다. 물론 지하철에서.
앱은 '정확하게' 내려야 할 전 역에서부터 가볍게 울려주더니 하차역에서는 "너님 어서 정신줄을 부여잡아라!!!" 하며 크게 진동을 했다.
오모! 고맙습니다. 앱님! 편히 가겠습니다. 와우! 와!!! 우!!!!
물론 별거 아닌 소소한 일이지만 오아시스 발견한 기분이었다. 물론 이 별거 아닌 별거의 앱이 피로 포인트를 한 번에 털어주지는 않겠지만 개발자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글은 알람 앱 사용 후기로 매우 즉각적이며 신선하다. 심지어는 가뿐하게 지하철 쪽잠에서 깨어 소보로빵까지 먹었으니 말이다. 이 글도 지하철에서 쓴다. 두 번 환승은 기본이니까. 음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