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화될 수 없는 폭력

by 토리가 토닥토닥

얼마 전 코로나로 인해 가정폭력이 늘어났다는 뉴스를 보았다. 또 다른 뉴스에서는 미국 CNN방송이 한국 내 결혼이주여성 문제를 집중 조명하면서 가정 폭력과 차별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2020-08-03/ CNN, 한국 결혼이주여성 조명 “폭력 문제 심각… 차별로 신음”)


나는 무엇이든 배우고 싶은 욕심에 가정폭력 상담원 자격을 수료했다. 10년이 넘었다. 교육시간 동안 번갈아가며 바뀌는 강사들이 표현해주는 가해 현장은 듣는 동안 힘들다.


잠자는 부인의 얼굴 위로 철로 된 기념품 담배 재떨이를 떨어뜨리려고 흔들고 있다가 인기척을 느낀 부인이 덜덜 떨며 도망친 것과 시어머니가 된장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된장뚝배기가 있는 밥상을 며느리에게 엎어 화상을 입었다는 사례가 그랬다. 이 장면은 단순히 한 컷의 장면으로 끝나는 내용이 아니다. 전후 엄청난 폭력이 있었다.


가정폭력 교육 이수 이후 몇 년이 지났을 때였다. 젊은 몽골 여자가 1살도 안돼 보이는 영아를 데리고 노란 은행잎이 뚝뚝 떨어지는 서늘한 가을 늦은 오후에 복지관 사무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지 물었을 때 서툰 한국말로 “맞았다.”라고 했다. 머리는 산발이었고, 시선을 어디 두지 못하는 눈빛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거주지를 확인하니 지원하는 지역이 아니었다. 몽골 여자는 무작정 집에서 나와 복지관의 영문 현판을 보고 들어온 것이다.


한국말을 못 해 정말 간단한 의사소통도 어려웠다. 2G 폰을 쓰던 시절이라 번역기 앱이라도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지만 그래도 20대 중반의 나이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급히 나왔는지 그야말로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몇 시부터 거리를 헤맸는지 알 수 없는 어린 엄마의 배고픔은 그렇다 치고 당장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여야 하는 영가 급했다.


관장님께 보고하고 사업비 카드를 들고 급한 대로 기저귀와 분유와 젖병을 사 왔다. 젊은 엄마가 아기를 케어하는 동안 나는 여권조차 챙기지 못한 정말 갈 곳 없는 다문화여성을 지원하는 가정폭력 지원단체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연계가 되어 조금 먼지역이지만 임시보호를 할 수 있는 기관으로 소개받을 수 있었다.


쌀쌀한 가을 날씨에 겉옷 없이 포대기에 쌓인 아기를 둘러업고 샌들 하나 신고 도망친 젊은 엄마와 같이 택시를 탔다.


관계기관으로 데려다주며 TV에서나 보던 다문화가정 내 심각한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상황에 마음이 아팠다. 사회적 최약체라 할 수 있는 결혼이민여성의 가정폭력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불과 몇 시간 안에 벌어진 일이다. 머나먼 타지의 가정폭력 현장에서 20살 중반의 젊은 여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둡고 쌀쌀한 그 저녁 당장 보호받을 곳을 알아보고 데려다준 것이 전부였다.


코로나와 가정폭력의 연관성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폭력은 학교폭력과 가정폭력이다. 그리고 단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서라고 하기에는 그 이유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폭력의 대물림은 없다 생각한다. 주변 아는 남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심각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어도 본인의 의지와 생각으로 폭력을 폭력으로 받아치지 않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폭력은 절대 용서될 수도 없고, 용서해서도 안된다 생각한다. 코로나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라면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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