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거절한 당신에게

by 토리가 토닥토닥

나를 좋아해 준 사람들도 있었고 내가 좋아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우리 아빠와 이름이 비슷했다. 그래서인가 그 이름 아직도 기억난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에 쳐봤더니 사진과 프로필이 나왔다. 몰랐다. 개인에 대한 내용이 그런 식으로 나오는지. 그 사람은 알까? 그러나 그 프로필을 통해 결혼을 했고, 부인의 나이와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는 알고 지낼 때도 몰랐던 취미까지 알게 되었다. 정말 인터넷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해주고 싶지만 이미 연락 끊긴 지 15년이 넘었다.


왜 기억을 하느냐면.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이쯤 그에게 고백을 했다.

아는 언니의 후배였다. 막 제대를 한 복학생이었다. 꽤 오래 혼자 좋아했다. 20대 후반을 그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보냈다. 3~4년 정도 지속됐다.


삐삐가 있던 시절이었다. 녹음된 목소리가 듣고 싶어 하루에 2~3번은 눌렀다. 어느 날 취업을 위해 지방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끔 서울에 온다 했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겠다 생각했다. 정말 용기에 용기를 끌어모았다. 고백했다. 깔끔하게 거절당했다.

며칠 후 다시 만났을 때 일단 그에게 다시금 화가 났지만 무엇보다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그와 교차되거나 만날 수 있는 모든 환경에서 나를 지워갔다.


비단 짝사랑뿐만이 아닐 것이다. 거절하는 사람들은. 가끔 내 행동과 언어에 대해 생각한다. 예전과 다른점이 분명 있다. 그 과정에서 나를 거절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거절한다 하여 마냥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리고 더 이상 상황에 따른 해결의 열쇠를 상대방에게 주지 않는다. 해결의 모든 중심을 나로 두는 것. 이것은 절대 이기주의가 아니다. 상대방과 나를 위한 최선이라 생각한다. 상대방은 거절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방의 마음이다. 결과 여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나는 관계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물론 감정의 변화폭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의 생각, 태도, 감정은 온전히 나 자신만이 바꿀 수 있다. 또한 그만큼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책임 역시 나에게 있다.

당시는 감정에만 휘둘렸다. 어린 나이를 핑계 삼고 싶지만 20대 후반의 나이는 어린 나이가 아니다. 생각해보면 굳이 이성관계가 아니라도 좋아하고 관심 있는 관계에서는 누구나 최선을 다한다. 같은 말이라도 배려가 더해진다. 그렇기에 그 관계가 희미해지거나 거절을 당하게 되면 상실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유사한 경험을 했다. 그러나 상실감은 크지 않았다. 그 시간만큼은 그녀에게 최선을 다 했고 관계에 집중했다. 진심을 다해 많이 좋아했고, 늘 그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거절은 그녀의 몫이겠지만 나는 그런 시간들이 쌓여있기 때문에 후에 관계가 다시 이어지든 이대로 마무리가 되든 후회가 없다. 생각과 태도, 감정에도 큰 변화가 없다. 달라진 점이다.


15년 전 나를 거절한 J님. 잘 지내고 계세요? 그날은 저만 아는 날 이겠죠? 지금은 미소 지으며 기억하고 있지만 그날 밤 택시 뒷자리에서 많이 울었어요. 잘 지내시는 것 같아서 좋아요. 무엇보다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이 잘 되시기를 늘 기원할게요. 파이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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