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고민이 없어진다. 세상만사 모든 것이 행복해진다. 그것은 한 달 동안 재방송만 990번을 한다는 ‘맛있는 녀석들’이다. 늘 그 채널부터 찾고 고정한다.
이 프로그램이 매력적인 이유는 많지만 나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정말 맛있게 먹는다. 특히 못 먹는 음식들을 정말 맛있게 먹을 때는 당장이라도 식당을 찾아 나가고 싶다. 때마침 함께 올라오는 자막은 '침샘폭발', '먹방 추임새', '와그작와그작 '으로 자막과 일심동체가 된 먹방을 보면 내가 다 흐뭇하다. 그들은 정말 음식에 대한 예의를 갖춘 사람들이 분명하다.
두 번째는 솔직함이다. 4명의 출연자는 모두 뚱뚱하다. 그러나 그 뚱뚱함을 감추지 않는다. 자막 자체에서 '뚱선생', '뚱보의 비애', '프로 돼지러' 등 비만에 관련된 말들을 별 의미 없이 사용한다. 특히 “후 위이 이익”하며 돼지의 리얼 사운드를 낼 때에는 오히려 본인들이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저들은 자신들의 직업적인 측면에서 식욕과 웃음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지 일반의 사람들이 즐기기 에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의 비만은 중학교 3학년 때 시작되었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었다. 위가 터질 듯 빵빵해지고서야 생각들을 멈출 수 있었다.
그 방법은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되었다. 고등학교 때 대전에서 엑스포가 열렸는데 한 외국인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뚱뚱하다 표현한 것을 들었다. 별생각 없이 살아왔는데 그 말을 들었을 때에는 좀 어이가 없었다. 그렇다 하여 개선의 노력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의미 없는 인생이라는 자괴감에 한창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에 가서는 술까지 더해졌다. 비만으로 살면서 큰 불편함은 없었지만 건강과 삶의 질에 있어 분명 영향을 미쳤다. 가끔은 무언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모든 핑계를 비만으로 몰기도 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비만인 사람들에게는 매우 인색하다. 비만인 사람들은 게으르거나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한 연예인이 살찐 여자를 싫어하며 너무 뚱뚱한 사람은 좀 게으르거나 자기 관리를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체격만을 보고 함부로 예단하는 사람이 더 못나 보인다. 그 사람의 살아온 생의 과정을 단순히 비만체형, 마른 체형 등의 외형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
복지관에서 암웨이의 후원을 통해 약 10명의 저소득층 고도비만 어린이들의 체중 감량을 1년 동안 지원했다. 이 과정 속에서 프로그램 전후 자존감 및 활동성에 대한 척도검사를 진행했다. 검사를 통해 목표 체중까지 살을 뺀 아이들의 경우 더 다양하고 건강한 활동성을 보였다.
나는 5년 정도 전부터 만약 다른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요사이 몇 개로 모아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비만과 관련된 내용이다. 체중을 감량하고 나서 나만의 변화들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건강의 개선을 통해 자신감도 좋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건강이 개선되니 마음도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함께 도와주면 더 잘 살 수 있는 체중감량이 필요한 사람들이 누구일까? 생각했다. 내 기준에서는 고도비만을 가진 저소득층 청소년, 청년들이었다. 여기에는 전문적인 체중관리도 들어가야겠지만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병행하고 싶다. 이 과정은 분명 그 어떤 심리치료보다 더 뛰어난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필요했던 도움을 생각해보니 나온 결론이다. 그리고 그것은 돈을 위한 목적이 아니기에 비영리 기관을 통해 진행하고 싶다. 그러나 아직 구체화는 되지 않았기에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다.
뚱뚱하다고 함부로 폄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삶이 소중하듯 타인의 삶 역시 소중하다. 삶의 무게는 똑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