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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숭아 Oct 20. 2020

아직도 계발 중입니다.

오늘 함께 일하는 친한 남자동료가 퇴길에 말했다. 나와 이렇게 친해질 줄 몰랐다고. 낯가림 매우 심하고, 사람들과 인사하고 친해지기까지 생각해보면 대략 몇 개월의 시간이 걸릴 만큼 거리감 심하게 두기 때문이다. 또한 특별한 계기가 없는 이상 사람에게 쉽게 음을 열지도 않는다.

넌 웃지 않아도 이미 내 마음을 무장해제 만드는구나.

그러나 하는 일은 의도적으로 정반대의 행동을 해야 한다. 밝고 순한 웃음, 친절한 행동, 스스럼없이 다가서야 상담이든 서비스 지원이든 원활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때의 고민이었다. 굳어진 얼굴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나도 싫겠다. 그러나 마음 열기 쉽지 않은 사람인데 사람을 대하는 직업을 가다 하여 순순히 웃음과 친절을 보여줘야 하는가? 부자연스러움은 물론 너무 어려웠다. 선척적으로 잘 웃고, 사람들에게 잘 대하는 사람이 부러웠다.


그러나 이 낯가림은 일 년에도 10회가 넘는 크고 작은 행사 사회를 보고, 간담회 등의 회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단련이 되기 시작했다.


복지관에서는 매월 행사가 없는 달이 없다. 특히 2~3월 노인일자리 사업을 시작으로 4월 바자회, 가정의 달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행사, 어르신 봄나들이, 7월 여름캠프, 9월 일일찻집, 가을 나들이, 10월 노인의 날, 11월 자원봉사자 및 후원자의 밤, 12월 어르신 동아리 발표회 등 크고 작은 일들이 주기적으로 있다. 여기에 크고 작은 지역주민모임, 기관 실무자 네트워크는 옵션이다.


만나야 하고 의견을 교환해야 하는 대면 업무들이 전부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리고 1년 365일 만나는 서비스 이용자들 및 보호자들과의 일상에서도 미소와 친절한 태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아.. 코로나야, 어서 사라져라.)

그래서 사회복지사들은 대면 서비스도, 운전도, 사회(말)도 잘해야 하고, 글(계획서)도 잘 써야 하고, 관계도 원만해야 하고, 예산집행과 시기별 추경을 위하여 계산기도 잘 두들겨야 한다.


"복지사는 멀티가 되어야 한다." 이 말은 내가 선배 복지사들에게 들었고 지금은 후배 복지사들에게 하는 말이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임에 틀림없다. 가족들과 나들이가 있던 날 서비스 이용자분에게 전화가 왔다.  "네. 어머님"으로 시작 통화를 끝내고 난 후 가족들은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솔 톤으로 남의 집 어머님, 아버님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척척 나오냐?"


그랬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솔과 라"를 장착한 목소리와 얼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잘 모르는 분들이라 하더라도 '어머님, 아버님, 어르신'을 장착한 나도 모르는 내가 있었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현장이기도 했지만, 내가 직업적으로 잘하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하는 행동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나는 내가봐도 그닥 좋아보이지 않았다. 반성 되었고 한때 가족들도 서비스 이용자처럼 대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가까운 사랑하는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더 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가 더 많 때문이다.


어찌 됐건 웃음과 친절의 시작이 직업병이라 할지라도 몸에 배인 것이 나쁘지 않다면야 더 잘 스며들게 하고 싶다.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지금 비록 마스크 때문에 웃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과욕보다는 자연스러운 나다운 웃음과 나다운 친절이라면 더욱 최고겠지만 말이다. 난 아직도 나만의 웃음과 친절을 계발 중인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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