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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숭아 Oct 28. 2020

생각에도 '소화제'가 필요하다

20대 시절 자주 가던 곳이 있었다.

신림동 고시촌 속에 있던 지금은 이사를 간 사회과학 서점 '그날이 오면'의 옆 건물 지하 '시티 비디오방'이다. 1인용 침대 매트리스만 한 좁고 캄캄한 방에서 배 위에 맥주에 빨대를 꽂은 체 쪽쪽 마시면서 공포비디오를 자주 봤었다. 공포영화가 주는 몰입감은 정말 대단했다. 그때 봤던 영화를 대충 생각해보면 '링', '쏘우' 시리즈, '여고괴담', '나이트메어' 등이 있었다.

영화를 한편 다 보고 나면 잠시지만 내가 어떤 고민과 생각을 했었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었다. 이후에도 공포영화는 잡다한 생각들의 '소화제' 역할을 해주고는 했는데 지금 그 '소화제'가 필요한 시기다.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나는 사회복지라는 분야와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참 좋아한다. 일을 즐겁게 할수록 내가 채워지는 기분이 커진다. 반면 생각이 많아지거나 고뇌가 깊어질 때는 그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였다. 참으로 5대 욕구 중 '자아실현의 욕구'로서의 이 직업은 나에게 참 잘 맞는 옷으로 그 의미와 맞물려 직업적 측면에서 감히 '천직'이라고 생각할 만큼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번다는 것은 정말 뜻깊은 일이라 생각한다.


요즘 내가 집중하고 싶은 사회복지 분야에 대해 다시 깊이 고찰 중이다. 다양한 사회복지분야 안에서 어떤 형태로 일하고 싶은지에 대해.

한 번뿐인 인생인데 나중에 더 일하고 싶어도 못할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함이다.


10월의 마지막 날이 며칠 후다. 생각을 소화하기 위해 비디오방 대신 유튜브의 'ALTER'을 뒤져보고 무언가 막연한 희망에 기대어 보기 위해 휴대폰 메모장 속에 넣어둔 문장들도 찾아본다. 감옥에 있었던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14년 만에 탈출에 성공한다. 그는 14년 동안 말만 하는 탈출을 하지 않았다. 신부를 통해 지식을 쌓았고, 어렵게 성공했다.


지금의 나도 말만 하는 사회복지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말이 아닌 구체성과 실천력을 가지고 재미있고 신나게 일하면서 정년을 맞이하면 좋겠다. 그리고 그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두 분은 부디 살아서 행복해주십시오. 그리고 하느님께서 인간의 미래를 밝혀 주실 날까지 인간의 모든 예지는 오직 다음 두 마디 말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기다리라, 그리고 희망을 가지라!"     


당신의 친구

에드몽 당테스 몽테크리스토 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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