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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숭아 Oct 30. 2020

좋은 인연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

오는 사람을 막지도 않지만 가는 사람을 잡지 않는 스타일이다. 비록 속마음은 엉엉 울어도 말이다. 잡는다고 잡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인연이 되어주겠다며 오는 사람을 막을 이유도 굳이 없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현실 속에서 현재를 함께 살아주는 사람들과의 인연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되면 좋고'의 마음이 컸다. 계약직이 끝난 상태였고, 아팠던 몸은 회복되는 시기였다. 그저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점쟁이 아줌마, 아저씨들이 그랬다. "너는 평생 일할 팔"이며, "돈걱정은 안 하겠다"라고.  요즘 같은 세상에 최고로 복 받 말이다. 저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복권 사는 것을 낭비라 생각할 만큼 일확천금에 대한 환상 없으니 평생토록 일개미가 되 소소한 생활을 유지하면서 잘 지낼 수 있겠구나 는 안심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온갖 관계가 섞여 가끔은 곡소리도 나고, 없는 구설수도 끊임없이 생산되는 곳에서 평생 일해야 한다 생각하니 정말 정말 좋으면서도 아찔했다. 생활유지를 위해 돈을 번다는 것은 그만큼의 시간, 노동, 감정을 팔아야지만 얻어질 수 있는 것임을 생각해볼 때 직장생활은 꿈과 사랑의 판타지가 되기 힘든 현장이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겪은 경험으로 사람에게 변하지 않는 3가지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첫째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둘째는 현재 보이는 상대방 태도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에 나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에게라도 하는 태도'이다. 셋째는 누구나 널리 알고 있는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특히 직장 관계에서 그랬다.   


개인적으로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그것은 나 스스로 불치병이라 생각하는 ‘낯가림’ 때문이다. 그 ‘낯가림’로 인해 첫인상을 믿기보다는 함께하는 시간 동안 어떤 형태이든 다양한 교류를 하 인연을 이어갈 사람인지 아닌지를 생각한다. 서로 배려하는 대화가 즐거운 상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전 직원이 처음 함께 교육받은 자리에서 우리 16학번 직원의 꿈은 ‘과수원 주인’이라 했다. ‘사회복지’ 신입직원으로서의 열정을 기대했던 내게 조금 김새는 첫인상을 남긴 16학번 직원과 함께 일한 지 1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 1년은 결코 평범한 1년이 아니었기에 16학번 직원에게 고맙고 감사한 일들이 너무 많다.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 철없는 직장상사 옆에 신입직원답지 않은 침착함과 따뜻한 성실함으로 함께해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의견과 생각을 나누며 외롭지 않은 직장생활을 함께하고 있는 동료도 있다.      

16학번 직원에게 배운 점은 조곤조곤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자신의 세심한 관찰들을 나누며 ‘잘 듣고 보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이다.


한 번은 내가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동료에게 우리 팀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올바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참관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후에 동료가 했던 말 중 하나는 “16학번은 프로그램 특상상 그룹으로 교육을 하지만 한 명 한 명 세심한 개별 교육을 진행할 줄 안다."는 것이었다.

주로 왼손이 부자연스러운 참여자가 많기에 하다못해 로션을 바를 때 힘든 점을 확인하고 덜 불편한 방법을 함께 제안하는 등 말이다.


짧게 글 속에 다 표현하기도 힘들고,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본인의 일을 정말 좋아하며 애정 어린 세심한 관찰이 없으면 어려운 점이다. 또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16학번 직원은 곳곳에서 본인의 장점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발달장애인 전문가인 동료 역시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할 본인의 경험들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있다. 특히 이 점은 ‘마음을 읽지 못한 사회복지사’에서처럼 예상치 못한 장애인 행동에 대해 어떤 시각과 생각이 필요한지 일깨워주었다.


두 사람 모두 ‘사회복지사’로서 배워야 할 스승들이다.      

나에게 있어 두 사람의 공통점은 “괜찮아, 잘하고 있어. 잘 될 거야”라는 격려다. 그 말들이 삐쭉삐쭉 올라온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 마음들 때문인가 ‘낯가림’에서 해방된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 과감하고 솔직하며 거리낌 없는 애정표현들을 마 쏟아내고 있다.       


회사 동료는 같은 공간을 떠나면 그 인연이 다하게 되는 것이 다반사다. 나 역시 짧지 않은 사회생활을 하며 한 때 소울 메이트라 생각했던 동료와의 인연이 너무 쉽게 끊겨버린 경험 큰 상심으로 남았다. 그 후 직장동료들은 그저 한 공간에 있을 때 잘 지내면 되는 인연으로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진심은 진심을 알아주듯 공간을 떠나 인연이 다하는 날까지 좋은 관계로 잘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또 다시 남아버렸다.

이 마음만큼은 솔직하고 싶다.      

당직을 마치고 함께 한 식사

어제는 16학번 직원과 단둘이 1주년 기념 저녁밥을 먹었다. 처음이었고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덕분이었다. 1주년이 2주년이 되고, 2주년이 3주년이 되기를.


부끄러워 직접 말을 하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전했는데 들렸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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