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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숭아 Nov 18. 2020

일상생활을 배우는 사람들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기상예보는 2~3일에 걸쳐 비가 온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줍니다. 하루 종일 모니터에 글을 썼다가 지우고 있습니다. 2021년이 정말 코 앞에 있음을 확인하는 중입니다.  

지난주는 드디어 희망하던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3일에 걸쳐 진행된 발달장애인 보호자 간담회입니다. 1명만 오신 날도 있었고, 어떤 날은 8명이 오신 날도 있었습니다. 5월에 시작된 프로그램은 코로나로 인해 3번의 휴지기가 있었습니다.      


보호자들에게는 힘이 되고, 장애인들에게 '자립'이라는 홀로서기를 준비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보호자들 또한 자폐 혹은 지적장애가 있는 자녀들에게 자립준비를 시킨다는 정말 큰 결심과 용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난관에도 자립준비를 하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죽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복지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검토할 때  모든 것은 목적과 목표가 뚜렷해야 하며,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1명의 복지사를 통해 얼마 큼의 효과와 효율성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최종으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결과물을 남겨 지원을 받은 사람들이나 혹은 공동체가 더 발전할 수 있는지 늘 따지고는 합니다.

      

그런데 발달장애인의 보호자들 즉, 부모님들을 만날 때면 이렇게 마음 한쪽이 허한 느낌 그저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마 아픈 상태가 잔하게 꾸준히 유지되는 기분입니다.  

      

간담회에서 보호자들은 프로그램 개선점과 진행 복지사들에 대한 평가를 말씀하셨습니다. 일상생활을 배우는 것이기에 한 가지 주제로

한 달간 꾸준하게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고, 자립훈련 만이 아니 독립한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전체 계획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물론 저의 요청사항들도 있었습니다. 한 달에 한번  1시간 이상 정기상담 참여와 남녀 혼성반에 대한 의견 등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하는 것은 세수, 이 닦기 등의 개인위생부터 요리, 청소 등의 가사 영역, 안전영역 등 일상생활을 잘 쪼개어 발달장애인이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일이 의외로 쉽지가 않습니다. 경력자인  저로서도 생소하고 어렵습니다.  

    

예를 들자면 프로그램의 한 부분인 개인위생에는 여자는 생리대 교체하기, 남자는 면도가 들어갑니다. 사실 아빠는 너무 일찍 돌아가셨고, 남자 형제나 친척도 없습니다. 학교는 여중, 여고를 나와 대학은 남녀공학으로 진학했지만 여자애들과 몰려다니기도 바더랬죠.  이 점이 소소한 걸림돌이 될 줄 몰랐습니다.


예를 들자면 전기면도기만을 이용해 왔다는 남자 직원과 건식 면도 의 의미 자체모르는 저로서는 남자 참여자들에게 도를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난감했기 때문입니다. 면도기 종류도 날 면도기와 전기면도기가 있고, 어떤 사람은 비누거품으로, 어떤 사람은 쉐이빙 거품으로 한다고 하더군요.  또한 면도의 순서도 어떤 사람은 아래서 위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에서 아래로 하는 등 다양한 순서 있다는 것 알았습니다. 솔직히 남자 직원들 몇 명에게 물어봐도 다들 자신들이 하는 방법만을 알기에 다른 방법을 아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더군요.     

그렇습니다. 저는 이런 일상생활들이 복지관과 집에서 동일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꾸준하며 반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훈련 방법을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무튼,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받았던 간담회가 끝나고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을 나가는데 한 보호자가 저를 가만히 안아주셨습니다. 요즘 포옹받는 일이 종종 생니다.


일상생활을 쪼개는 작업을 하다 보니 자립은 생각보다 어렵고 쉽지 않다는 생각이 좀 더 커져버렸습니다. 일상생활과 자립은 평범함 속에 있는 듯 하지만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서울대 들어가기보다 어렵게 느껴질 것입니다. 저에게도 그렇습니다. 일상과 생활은 변하지 않으니 좀 더 많이 편리한 방법들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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