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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숭아 Dec 07. 2020

대화법도 성장한다

노트북 바탕화면에는 여러 개의 폴더가 있다. 사진 모음 폴더, 브런치 글들을 비롯해 여러 가지 형태의 글쓰기 모음 폴더 등등, 그러다 있는지도 몰랐던 폴더 하나가 눈에 띄었다. 당시는 중요했겠지만 지금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여러 개의 문서가 들어가 있었다. 호주에 다녀왔을 당시 총무의 역할이었기에 써두었던 지출금액 정리 목록표, 카드 tax refund 문의, 그리고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까지.     

그 글을 정리했던 당시가 기억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의 대화가 어렵지 않고 생각과 의사를 원활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중하 때였다. 때마침 강서문화원에 책을 읽으러 갔는데 뜻밖에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이라는 강력한 제목의 책눈에 들어왔다.


당시에 잘 써먹겠다 하며 필요한 내용들을 정리해보니 다음과 같았다.      

1. 잘 모른다는 것을 들키지 않는 ‘한마디’는?
- 모르는 것이 아니라, 다만 들어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 일단은 좀 더 확실히 해두려고 물어본 것뿐입니다.
- 확인을 했을 뿐입니다.
- 지극히 상식적인 것에 대해서 질문을 할 경우 “어디까지나 확인하는 건데요.”     

2. 자연스럽게 멋있어 보이는 몇 가지 말투
- 겨우 최근에서야 조금 시간이 나게 되었답니다.      

3. 요컨데를 활용하면 머리가 좋아 보인다.
- 지금까지 드린 말씀을 한마디로 하자면...     

4. 예상되는 질문에는 반드시 반격을
- 지금 좀 바빠 = 그럼 다행이네. 나도 긴 대화는 좀 곤란했는데, 1분 안에 끝날 거야.  

5. 자신이 없으면 이 말을 먼저 하라
- 출처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서 자신은 없습니다만
- 인터넷에서 본 내용이라 명확하지 않은 점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 만약 틀리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면 죄송합니다만       

다양한 상황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상대방이 아무리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나 강연을 이해했다는 액션을 취하지만 사실은 70~80%만 전달되었고 상대방 역시 그 정도만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친한 관계라면 재차 나머지 20~30%에 대해 물어보고 확인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관계라면 인해볼 여지마저 없어진다. (최악은 말도 섞기 싫다면 나머지 70~80%의 정보마저 오해할 소지가 크다.)      


이에 업무적인 전달이나 친한 관계여도 중요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면 다시 한번 더 짧고 간결하게 한번 더 전달한다. 그때 사용했던 문장이 “지금까지 드린 말씀을 한마디로 하자면”였다. 그리고 역시 어떤 근거를 가지고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출처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서 자신은 없습니다만”을 몇 번 써먹은 적이 있다.      


그러나 사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문장을 따로 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이다. 사실 첫 번째 문장은 정말 이해가 잘 안 되거나 정확한 정보가 전달이 되지 않을 때 물어보는 문장이다. 그러나 후에 상대방이 그 문장 자체보다는 상황, 말투에 기분 나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 잘 이해를 하고 싶은데 한번 더 설명해 줄 수 있겠어요?”라는 문장으로 바꾸었다.      


두 번째 문장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이다. 이 문장은 정말 다재다능한 마법의 문장이라 생각한다. 죄송하다는 표현보다는 조금 더 완화된 표현으로 상대방에게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는 말 그대로의 의미를 온전히 원만하게 표현하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프로그램 시간이 조정되었을 때, 기한 내 해당부서에 업무 전달이 좀 늦어졌을 때와 같 공적인 관계에서 특히 효과적으로 예의 바르게 쓰인다.    

어느 글에서 읽은 적이 있다. 말에도 화장을 해라. 얼굴에 화장하면 예쁜 것처럼. 이젠 장난이라도 위, 아래도 없는 근거 없는 말장난과 분노가 아무리 쌓여도 욕(^^;;)은 하지 말자 생각한다. 또한 부정의 말은 의식적으로라도 안 하는 버릇을 키우고 싶다.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가 기분 나쁘지 않은 대화를 지속하고 평온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나를 편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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