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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숭아 Dec 13. 2020

'와니와 준하'

여름의 바람, 초록과 녹색이 완연한 나무와 들판,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만으로 따뜻해지는 영화 ‘와니와 준하’다.

어제는 잊고 살았던 이 영화를 보았다. ‘와니와 준하’는 2001년에 개봉한 영화다. 20년이 훨씬 지났어도 여전히 좋았다.

영화는 잔잔하고 고요하다. 기승전결이 따로 있지 않다. 그렇기에 어쩌면 더 오래 남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간다. 춘천에서 동화부 애니메이터로 살고 있는 내성적이며 말수가 적은 와니와 활발하고 배려 깊은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인 준하는 1년 전부터 동거를 하고 있다.      


준하는 와니를 좋아하는 마음을 모든 행동과 언어에서 드러낸다. 와니의 행동을 늘 살펴보고 부족함이 없도록 채워주려 노력한다. 작은 말 한마디에서도 그녀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배려한다. 그러나 와니에게는 보이지 않는 준하를 향한 선이 그어져 있다. 준하를 대하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담담하고 덤덤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과거 장면을 통해 그런 와니의 마음이 공감되어 버린다. 어릴 적 어머니재혼으로 생긴 이복 남동생 영민과의 풋풋한 사랑 때문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나오는 '슬며시'의 미소가 나오기 직전...

와니에게 저도 모르게 좋아하는 마음이 얼굴에 슬며시 드러나는 영민의 표정처럼 영화 곳곳에 기분 좋은 설렘이 와 닿는다.

단독주택 앞마당, 회사 옥상 평상에서의 햇살, 영화 처음을 장식하던 리사 오노의 I Wish You Love와 와니와 영민이 함께 등장할 때면 나오던 Peter, Paul and Mary - Gone the Rainbow도 좋았다.      

잊고 지냈던 '와니와 준하'가 기억난 것에 어떤 의미를 두고 싶지 않지만 헛헛해진 마음을 채워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던 듯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채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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