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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숭아 Dec 14. 2020

'후 아 유'

그때 그 시절, 그 사람

1997년부터 꾸준하게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 델리스파이스의 ‘차우차우’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린' 것처럼 눈을 감아도 이 노래가 꾸준히 들렸던 때. 이 노래를 처음 만난 것은 2002년 여름이다.

정말 채팅은 재미있었다. 생소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과 경험들을 나누는 것이 신기했다.

지금은 전설로 남은 나우누리, 유니텔. 그리고 라이코스까지. 한동안 나우누리를 하다가 유니텔로 갈아탔다. 마음에 훅하고 와 닿는 글일수록 진한 남 파란색 바탕화면에 한 줄 한 줄 올라오던 하얀색의 글씨가 더 선명해져서 더 곱씹어 보며 읽었다.


그 하얀색 한 줄의 글씨에 얼굴을 보지 않아도 서로에게 충분한 애정을 나누며 결혼한 사람 이야기들도 종종 있던 시절이었다.

2002년 채팅게임 '후아유'의 기획자 형태가 게임의 오픈을 앞두고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게시판에서 채팅게임에 대해 좋지 않은 글을 남긴 ID별이의 글 읽게 된다. 그러던 중 그녀가 같은 건물의 수족관 다이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새 삶을 살고자 고군분투하는 인주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형태는 '멜로'라는 ID로 '인주'의 게임 파트너가 되어 진짜 모습을 감춘 채 인주의 상처를 감싸주고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멜로’를 벗고 ‘형태’ 본연의 모습으로 함께 한다는 해피엔딩이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일들 속에 있다. 그리고 그 모두가 다 긍정적이거나 행복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인주’도 그랬다. 삶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사랑했던 ‘수영’이 ‘청각장애’를 남기고 남자 친구까지 떠나버리는 큰 고통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 고통은 고통으로 끝나지 않다. 비록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타인이 주는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내고 이후에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넓은 호수인 ‘티티카카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것이 꿈이라던 인주에게 비록 가상 사이버 공간이지만 형태의 ‘티티카카 호수’ 선물이 그랬듯.


비록 나우누리나 유니텔이 없어도 새로운 계기를 만드는 것도 혹은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나밖에 없으니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어주려 노력하고, ‘형태’와 같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도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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