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성남 봉국사] 우리 동네 천년고찰

[아이와 함께하는 천년고찰 108배 프로젝트 | 일곱 번째 108배]

by ordinaryclip


2026. 2. 11. @성남 봉국사 [일곱번째 108배]


"우리 동네에도 천년 고찰이 있었네?"





지난주 내내 너무 돌아다녔는지 삭신이 쑤신다. 충전의 시간이 필요해서 멀리 안 나가고 근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로 했다. 가까운 곳에 천년고찰이 있는지 찾아봤더니 '봉국사'라는 천년고찰이 지근거리에 있었다. 아이가 교과서에 나오는 곳이라며 반가워한다.


성남 봉국사는 영장산 서남쪽에 위치한 천년고찰로 고려 현종 19년(1028년) 때 창건되었단다. 세세하게 따지고들 자면 올해가 2026년이니까 내년이 창건된 지 천년이 되는 해가 되기는 하나 천년 가까이 되었으니 천년고찰로 불리나 보다. 조선시대 현종이 딸 명혜와 명선 공주의 명복을 빌기 위해 공주들의 능 인근에 있던 이 절을 중창했다 한다.




지도앱을 열어 찍어보니 집에서 봉국사까지는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갈 수 있다. 서둘러 채비를 하고 나오려는데 아이가 준비하느라 좀 늦었다. 그 바람에 눈앞에서 타려던 버스를 놓쳤다. 다음 버스까지는 한참 기다려야 했다. 아이에게 꾸물대지 않았으면 버스를 제 때 탔을 텐데 세월아 네월아 한 탓에 놓쳤다고 나무란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준비할 때 좀 빠릿빠릿하게 하라고 잔소리를 한다. 일절만 하면 좋았을 텐데. 아이가 세모눈을 하고 나를 흘겨본다. 왜 잔소리는 일절만이 안 되는 걸까.


냉랭해진 분위기로 버스에 오른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휴대폰으로는 지도앱을 켜고 버스 노선도를 유심히 본다. 어디서 내려야 되는 것일까. 여기저기 둘러둘러 버스가 봉국사 근처에 섰을 때 재빨리 하차 버튼을 누른다. 버스에서 내려 지도앱이 안내해 준 방향을 따라가 본다. 얼마 걷지 않아 엄청나게 가파른 언덕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얼른 다시 지도앱을 뒤져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봉국사 코앞까지 가는 버스를 잡아 탄다. 좋은 선택이었다. 봉국사가 생각보다 굉장히 높은데 있었다. 걸어서 왔더라면 엄청 힘이 들었을 거다. 아마도 과거에 절은 산 꼭대기에 있었을 건데 그 일대가 개발되면서 가파른 언덕배기에 절이 떡 하니 놓이게 되고 그 주변으로 아파트며 빌라촌이 들어섰던 것 같다.


가파른 언덕을 거의 기어가듯 내려간 버스가 봉국사 앞 정류장에 선다. 비탈을 내려가는 동안 기사님이 천천히, 그리고 매우 조심스럽게 운전한다. 이렇게나 위험천만한데 버스에 탄 할머니들은 죄다 서서 내릴 준비를 한다. 기사님이 제발 앉아 계시라고 주의를 준다. 우리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심정으로 버스가 멈출 때까지 숨도 멈추고 기다렸다 내린다.


"고맙습니다."

내리면서 감사 인사를 잊지 않는다. 아이와 나는 버스를 타고 내릴 때 꼬박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한다. 좋은 습관.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도심 속에 자리한 봉국사는 그리 크지 않았다. 아담한 경내를 대강 둘러본다. 봉국사는 대웅전이 없고 대웅전이 있는 자리에 대광보전이 있다. 대광보전은 보물로 지정된 국가유산이다.


대광보전에 들어가 108배를 시작했다. 다행히 영상의 날씨라 법당 내부가 그렇게까지 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방석을 두 개씩 깔고 각자 절을 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늘 나보다 먼저 절을 끝낸다.


책에서 읽었는데 절을 하는 방석을 좌복이라 하고, 절을 하며 머리와 두 팔꿈치, 두 무릎이 닿는 건 오체투지라 한다고 한단다. 그리고 절을 하며 방석에 푹 패이는 곳에 복이 고인다고 한다. 책을 읽고 책에서 나온 대로 모양새를 갖춰 절을 하니 좀 더 정갈하게 절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절을 하고 나오니 점심시간이 지났다. 개운한 느낌. 요 며칠 절을 안 해서 그런지 뻐근했는데 108배를 하고 나오니 땀이 마르면서 시원했다. 온몸에 피가 잘 도는 느낌이랄까. 아이도 인중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서는 개운한 느낌이 든단다.




동네 구경을 할 겸 버스로 왔던 길을 걸어서 내려온다. 가파른 계단 좁은 길목 사이로 다닥다닥 붙은 빌라들. 편의점 대신 슈퍼와 쌀집, 방앗간까지 있는 동네.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풍경.


아이가 어렸을 적 옆동네에 한 번 와본 적이 있었다. 태어나 구획이 정비된 아파트촌을 벗어나 본 적 없던 아이는 그때 처음 구도심의 풍경을 봤다. 낯선 동네의 예스러운 모습에 얼어버린 아이는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했다. 이제는 좀 커서 새롭고 낯설고 노쇠한 길을 나란히 걸으면서 이것저것 관심을 보이며 묻는다.


내가 운전을 잘 못하는 까닭에 대중교통 뚜벅이로 여기저기 다니게 되니 아이가 보고 경험하는 것들이 많아졌다.(고 믿는다.) 봉국사를 차로 왔으면 30분이 안 걸렸을 거라고 했더니 아이가 그럼 우린 평생 못 왔을 수도 있겠다며 웃는다.


차로 오면 결코 볼 수 없는 풍경들. 발품을 팔고 고생을 한 덕분에 이렇게 기억에 남을 이야깃거리가 또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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