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천년고찰 108배 프로젝트 | 여덟 번째 108배]
"엄청 유명한 떡볶이 먹으러 갈래?"
전날 아이에게 엄청 유명한 떡볶이집이 있다며 아차산에 있는 영화사에 가자 했다. 서울에 다닐만한 천년고찰이 있는지 검색하다 찾아냈다. 아차산 하면 맛있게 맵기로 소문난 떡볶이로 유명한데 근처에 천년고찰이 있다니. 108배를 하고 떡볶이를 먹으면 되겠군. 완벽한 계획이다.
오전에 채비를 차리고 나선다. 찾아보니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아차산역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다. 그런데 1시간 남짓 걸린다. 버스를 타는 시간은 길지만 갈아타지 않아도 되어서 시간부자인 우리는 그냥 버스노선을 따라 서울 구경을 한다셈 치고 느긋하게 버스를 타기로 한다.
버스에서 내려 지도앱을 켜고 안내대로 걷는다. 맵을 켜고도 제대로 방향을 못 잡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길을 헤맨다. 아이는 엄마가 지독한 길치인 걸 이미 알고 있어 인내심 있게 기다려준다.
절들은, 특히 천년고찰들은 산중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언덕이나 경사가 심한 길을 가야 하는데 영화사도 그랬다. 아차산역에 내려 조금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언덕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올라가는 길 이미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어디서 맛있는 냄새 안 나?"
어디선가 고소한 기름냄새가 난다. 킁킁 냄새를 따라가 보니 꽈배기 가게가 있다. 냉큼 찹쌀 꽈배기를 산다. 아이 하나 나 하나 설탕 묻은 꽈배기를 입에 물고 언덕을 오른다. 열량 높은 간식이 입에 들어가니 기운이 샘솟는다.
꽈배기를 오물거리며 느릿느릿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공동육아 어린이집 담벼락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입춘, 우수, 경칩 등등 때에 맞춰 그려진 알록달록한 절기 그림이 곰살맞다. 동네가 오래된 것이 사람 냄새나는 진짜 마을처럼 보였다. 그에 비하면 우리가 사는 동네는 사이보그 영화에나 나오는 미래 도시 같달까.
오르막길 끝에 다다르자 학교가 보였다. 동의초등학교. 들어본 이름이다. 분명 오래됐겠지. 1987년에 개교한 학교란다. 방학인데 학교 안에서 가방을 메고 나오는 아이들이 있다. 아까 봤던 공동육아 어린이집 옆에 공동 방과 후 시설이 있었는데 이 동네는 아이들의 육아를 상부상조하는 분위기가 있나 보다 싶다. 절 옆에는 절유치원이 있었다. 이제는 흔한 영어유치원보다 보기 드문 특별한 유치원.
영화사 안으로 들어오니 과거와 현재가 뒤엉킨 건물들 사이로 대웅전이 보인다. 신라 문무왕 12년(672년)에 의상대사가 화양사(華陽寺)란 이름으로 창건한 영화사는 조선 시대 화양사 등불이 궁궐까지 비친다 하여 용마산 기슭 군자봉으로 이건 했다가 1907년 현재 자리로 다시 옮겨오면서 영화사라고 칭하게 됐단다. 절 안에는 세조가 기도하여 지병을 치유했다는 미륵전 미륵석불입상이 있다.
경내를 구경하고 아이와 대웅전에 들어간다. 이제는 법당에 들어가는 게 제법 익숙하다. 각자 각자의 속도와 방식대로 108배를 한다. 108배를 하는 데는 20분 남짓이 걸린다. 108번째의 절을 마치고 이마와 인중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대웅전을 나온다.
이로써 여덟 번째 천년고찰 108배 프로젝트 완료.
점심시간이 지나 절을 내려온다. 다시 맵을 켜고 아차산에서 제일 유명한 떡볶이집을 찾아간다. 평일 점심시간을 비켜간 시간이라 다행히 식당 안에 자리가 있었다.
인당 1인분씩 시켜야 한다고 쓰여있어서 2인분을 시키려는데 아이랑 둘이 먹을 거라니까 1인분만 시켜보고 부족하면 다른 걸 더 시켜 먹어보라고 사장님이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1인분 세트를 시켰는데 아이가 생각보다 잘 먹는다. 핫도그는 아이가 다 먹고 만두는 반씩 나눠먹고 떡볶이는 반으로 잘라주고, 어묵도 작게 잘라주니 잘 먹는다. 계란은 안 먹어서 내가 다 먹었다. 아이는 맵고 달콤하고 중독성 있는 맛이라며 잘 먹었다. 좀 부족해 보여서 핫도그를 하나 더 시켜서 나눠 먹었다.
그냥 2인분 시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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