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천년고찰 108배 프로젝트 | 아홉 번째 108배]
"이번엔 국수 먹으러 갈래?"
아차산 떡볶이에 이어 국수를 먹으러 가자고 꼬셨더니 좋단다. 떡볶이가 맛있었던지 아이는 다음 메뉴도 맛있을 거라 확신한다.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가?"
어린이대공원에서 버스를 잡아탄다. 잠실을 지나 한강을 건너 봉은사에 도착한다. 전에는 와서 공양간에서 국수만 먹고 갔는데 오늘은 목적이 분명하다. 바로 108배. 그리고 공양간.
몇 달 전 아이와 이곳에 온 적이 있다. 몽촌토성에 들렀다가 별마당도서관에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내린 곳이 봉은사 앞이었다. 어디서 멸치 육수 냄새가 맛있게 나길래 끌리듯 봉은사로 들어갔더랬다.
"저 아저씨가 우리한테 다가오면 어쩌지?"
봉은사 입구에는 허름한 옷차림에 남자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행여 다가올까 봐 아이가 잔뜩 긴장한다. 최대한 멀리 떨어져 걸어본다. 다행히 그는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절 입구를 지나 사천왕문에 인사를 하고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간다. 아이가 예전 기억을 더듬어 이쯤 어딘가에 달마상이 있던걸 이야기한다. 두런두런 아이와 이야기하며 경내를 둘러본다. 강남 한복판에 있는 절이라 그런지, 케데헌의 영향인지 여기저기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강북 한복판에 있는 조계사 입춘법회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108배 한 번 더 할 수 있겠어?"
많이 걸어서 힘들까 봐 물어봤더니 고민한다.
"여기서 108배하면 우리 몇 번째지?"
영화사가 여덟 번째였으니, 이번에 하면 아홉 번째가 된다고 일러준다. 조금 생각하더니 국수를 맛있게 먹으려면 108배를 해야 할 것 같단다. 그래서 오늘은 108배를 먼저 하고, 공양간에 가기로 한다.
봉은사 대웅전에 들어가 좌복을 깔고 앉아 또 108배를 한다. 대웅전 안에는 이미 사람이 많다. 앉아 명상하는 사람, 절하는 사람, 염불 외우는 사람. 그저 앉았다 가는 외국인들. 사람은 많은데 조용하다. 조계사는 할머니들 수다로 침묵을 해야 하는 곳에서조차 말소리가 들렸는데 이곳은 사람이 많고, 들고나는 이가 많은데도 조용하다.
아이와 나는 또다시 각자의 방식으로 108배를 한다. 두 번째라 그런지 영화사에서보다 좀 힘이 든다. 하루 두 차례 108배는 무리인가 싶지만 그래도 해낸다. 강원도에 갔을 때 양양 낙산사와 속초 신흥사에서 하루 두 번 108배를 해본 적이 있어서 아주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나 보다.
108배를 마치고 나왔는데도 아직 공양간이 브레이크타임이라 기념품점에 들린다. 가게 안에는 기념품을 고르는 외국인들로 가득하다. 쓱 한번 둘러보고는 재오픈 시간에 맞춰 공양간으로 간다.
그 사이 참치김밥, 계란김밥 새 메뉴가 생겼다. 신메뉴가 나왔으니 한 번 먹어봐야 하지 않겠나 싶어 참치김밥, 계란김밥을 각각 하나씩 시키고 오늘의 목적인 잔치국수를 하나 시키고, 전에 아이가 잘 먹었던 만두도 시킨다.
"엄마, 왜 이렇게 많이 시켰어?"
음식이 나온 순간 욕심이 과했다고 생각했다. 김밥 한 줄 가격이 멸치국수 가격과 같아서 김밥 가격이 조금 과하게 느껴졌는데 나중에 나온 김밥 크기를 보고는 납득이 갔다. 많다고 호들갑 떨던 게 무색하게 둘이서 주문한 메뉴를 모두 먹었다. 먹다 보니 다 들어갔다. 만족스럽게 부른 배를 두드리며 공양간을 나온다.
"힘들진 않았어?"
"조금 힘들었지만 괜찮았어. 전에도 해봤잖아"
아이가 씩씩하게 말하며 다리가 더 단단해졌다고 만져보란다. 괜찮다던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이렇게 영화사에 이어 봉은사에서 아홉 번째 천년고찰 108배 프로젝트를 완료한다. 이제 목표까지 딱 한 번이 더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