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통날
# 왜
‘왜?’라는 물음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하루가 끝난다.
‘도대체 왜?’
‘하필이면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 거지?’
‘왜 하고 많은 사람 중에 나야?’
‘아니 도대체 왜?’
답도 없는 물음들이 꼬리를 물었다.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왜’가 아닌,
현실을 부정하고 무언가 원망의 대상을 찾기 위한 ‘왜’. 똑같은 물음을 되뇌며 보내는 하루는 길기만 했다. ‘왜’로 시작해서 ‘왜’로 이어지는 끝없는 물음들이 나를 더욱 절망스런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무리 이해하려 노력해봐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발 떨어진 위치에서 냉정한 시각으로 내 문제를 바라보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 눈앞에 놓인 문제 주변만 맴돌았다.
그렇게 시간은 맥없이 흘러만 갔다.
# 만약
온종일 멍하니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자니,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 길 말고 다른 길로 올랐더라면 어땠을까.’
‘등반하는 순서가 달랐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내가 첫 번째가 아닌 서너 번째였다면 어땠을까.’
‘산을 오르지 못할 정도로 비가 왔다면 어땠을까.’
‘한 시간만 늦게 출발했더라면
‘차라리 늦잠을 잤더라면.’
‘일주일 전에 있던 축구 경기에서 발목이 삐었더라면.’
‘강의실에 붙어 있던 그 포스터를 처음부터 보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인생의 모든 순간들이 마치 그날의 사고를 향해 무섭게 달려온 것만 같았다.
누군가 철저하게 계획하기라도 한 것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 그 시점을 향해서 말이다.
그 수많은 점들 중 단 하나만이라도 어긋나게 찍혔더라면 어땠을까.
그러면 결과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다시, 보통날>이 출간되었습니다.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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