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 뭐길래

나는 구김없는 사람이 부럽다

by 유서아


“저 친구 참 구김 없어 보여 “


언제부턴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마냥 밝아 보인다

보다 구김이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보게 됐다.


구김 없는 사람은 하하하 잘 웃는 사람만이 아니었다. 편견 없이 상황을 바라보고, 불필요한 날을 세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고 받아들이며, 담백하게 웃으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갈 때 ‘저 사람 참 구김 없다’

생각했었다.


나는 구김 없이 맑은 사람이 참 부러웠다.

부족한 것 없이 꽉 채워진 사람 같아서

나는 뭐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걸까


결핍이란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책과 방송 속에서 심리 용어처럼 흔히 쓰이고,

나도 어느새 내 부족함을 설명하는 단어로 붙잡게 되었다.


금쪽같은 내 새끼를 한창 보던 때가 있었다.

처음엔 아이를 관찰하지만 결국 부모에게 시선이 옮겨간다. 부모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고 하면 대부분 부모의 유년시절로 돌아간다.


부모의 유년시절 결핍이 시간을 맞으며 비틀어져

복잡하게 여기저기서 삐죽거리고

그 미숙함은 오롯이 현재 가족과 자녀에게 옮겨 붙어

자기 자식한테 또 다른 결핍을 만든다.

이건 대물림 되는 굴레임에 틀림없다.


결핍이 뭐길래, 참 무섭다.


응당 받아야 했던걸 갖지 못한 상태가 결핍일까

아니면 오래 바라왔던걸 이루지 못한 상태가 결핍일까

혹은 욕망이 채워지지 못해 생긴 틈새일까.


그러다가도, 결핍이 있는 게 대단한 문제인 걸까 싶다.

얼굴에 생긴 주근깨처럼 사는데 크게 지장 없는

별스럽지 않은 자국일 수도 있잖아? 하면서...


비타민 앰플이니 레이저 치료니 해서 짧은 기간 옅어지긴 해도 결국 햇빛에 닿으면 스멀스멀 나도 모르게 드러나는 주근깨라 한들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는 흔적일 뿐이니까.


결핍도 주근깨처럼 깨끗하게 없애고 싶다가도, 다시 끈질기게 드러나니 결국 함께 살아가야 하는 불편한 흔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근데 웃긴 건 이게 남들이 별거 아니다 잊어라, 좋게 생각해라 등 말하면 ‘내 마음도 모르면서 속 편한 그런 소리 마세요!‘라는 말이 울뚝불처럼 나오고 남들이 뭐래도 내가 괜찮다 하면 어떤 결핍도 대수롭지 않아 진다.


마음 곳곳에 박혀있는 내 결핍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나를 괴롭히는 얼룩이 되기도, 나와 함께 살아가는 무늬가 되기도 하나보다.


놓쳤던 거 다 갖고, 바라왔던 거 다 이루면

나도 구김 없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결핍 없는 사람으로 살 수 있을까

이전 01화결핍을 마주하고 채우는 여정, 채움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