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주도하는 힘이 되었다
<1-3. 내 삶을 주도하는 힘이 되었다>
3번째 첼로 레슨이다.
근무일이 바뀌어서 월화가 휴무인 나는 지금껏 대부분월요일은 늦잠을 자고 느즈막히 점심을 먹었다. 설거지와 밀린 집안일도 하고...그 시간에 부산에 계시는 엄마한테 카톡을 하곤했다.
(카톡) 이제 눈뜸
(카톡) 점심 먹는 중~~ 또 잠!
그런데 첼로를 배우면서 월요일에 조금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어쩌다 엄마한테 전화가 올 때는 지금 밖인데 어디 가는지 말을 하지 않고 얼버무렸다.
“그냥 배불러서 잠깐 동네 한 바퀴 하러 나왔어~”
엄마한테 “나 오늘 첼로 배우러 가~”라고 말하는 게 왜 어려웠을까
내가 왜 첼로를 배우는지 설명하기 시작하면 또 지난 시간들을 곱씹게 되고 사랑도 받았지만, 부족했던 것들을 더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엄마가 알면 서운하실 것 같았다. 엄마도 아빠와의 갈등과 생활고가 있었던 가정생활 속에서 엄청난 희생과 최선의 노력으로 딸만큼은 부족함 없이 잘 키웠다고 자부하실텐데... ‘그건 엄마사정이고, 그럼에도 나는 결핍이 있었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아 죄송스러웠다. 고마움도 모르고 싹수없는 냉정한 딸로 생각하실까 봐 두려웠다.
그리고, 우리집에 통 크게 용돈 한번 못 드리고 사는데내 상처 치료하겠다고 한 달에 첼로 배우는 레슨비로 아무렇지 않게 30-40만원 되는 금액을 턱턱 쓰고 있다는 게 나만 이기적이게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불쾌하고 찐득한 감정이다. 그래서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밀려오는 죄책감에 허우적거리기 싫었다.
그렇게 첼로배운지 3주가 지난거다.
그러다 어느날 이런 내 마음을 아는 남편이 저녁을 먹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남편) “아직 말씀 안 드렸어? 어머님은 네가 행복하길 바라실거야. 첼로 배우는거 그냥 응원해주실걸?”
(나) “아니야. 갑자기 뭔 첼로냐고 하실게 분명해.
괜하다고 하실거야”
그날 저녁엔 넘어가는 말이었는데 남편의 말은 나에게 질문을 남겼던 것 같다.
“정말 엄마는 내 행복을 바랄까? 그걸로 끝일까? 나에게 실망하시지 않을까? 내가 첼로를 사춘기시절 그런저런 이유로 배운다는 걸 아셔도? “
며칠 뒤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실은 그런저런 이유로 배우고 싶었던 첼로를 이제야 해보고 있다고. 돌아오는 엄마의 대답은 내 예상과 달리...참 따사로웠다.
“그래, 너무 멋지다. 젊어서 새로운 걸 배워나간다는 건참 좋은 일이다. 보기 좋네! 그렇게 행복하고 재밌게 살아~”
그 목소리에 혼자 키워온 검은 죄책감이 한순간에 씻겨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내가 엄마를 얼마나 오해하고 있었던걸까, 나는 엄마를 얼마나 알고 있는걸까. 엄마를 내 마음대로 재단해서 보고 있었던거였다. 잠깐의 정적 뒤에 나는 신이 나서 떠든다.
“응 엄마, 내가 연주한 영상도 보내줄게요~! 꼭 봐봐! “
이제 더 이상 혼자 몰래 배우는 첼로가 아니다.
엄마한테 소문났다!
어린시절 부족했던걸 원망하고 해주지못해 미안해하는 과거 굴레가 아니라 오늘의 나로 응원받는 지금이 참 좋다. 이제 교회에서든 오케스트라에서든 첼로를 보면 중학생시절 나로 돌아가서 못배웠던 아쉬움과 부러움에 허우적 거리는게 아니라 현재의 내가 직장다니면서도 시간을 쪼개서 참 즐겁게 배웠지 하며 뿌듯함을 느낀다. 마음이 한결 자유롭다.
나는 더 이상 결핍에 끌려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내 삶을 주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