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로 살아가기. 01
꼬박 3개월이 걸렸다. 지난 1년여 동안 결혼이라는 이름 아래 벌여놓은 것들을 정리하는데 말이다.
그와 함께하는 동안, 다툼이 있을 때면 지금이라도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곤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의 끝에는 감당하기 어려울 무수한 파장이 늘 따라왔고, 그 두려움은 오히려 관계를 붙잡기 위해 나를 더 애쓰게 했다.
피하고 싶었던 두려움이 현실이 되었을 때, 그는 이번에도 회피를 택했다. 결혼 준비를 도맡았던 것처럼, 뒷수습 역시 혼자의 몫으로 남았다.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던 마음과는 달리, 막상 앞에 놓이니 언제나 그랬듯 나는 내게 주어진 것을 묵묵히 해냈다. 함께할 미래를 그리며 공들였던 신혼집을 비워내고, 예약된 모든 것을 취소하며 위약금을 치렀다. 기대와 설렘이었던 시작과는 달리 끝은 그저 처리해야 할 일로 남았을 뿐이었다.
처음 본가로 돌아왔을 때는 이상하리만큼 홀가분했다. 더 이상 갈등 속에서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고요한 마음으로 모든 정리 과정을 담담하게 해냈지만, 그와 연결된 어느 것도 남지 않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 고요함은 사실 텅 빈 마음이었고, 무기력과 공허함만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모든 것을 끝냈는데, 정작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분명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는데, 이유 없이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일상을 살고 있는데도, 마치 꿈을 꾸는 듯 감각이 둔하고 멍한 순간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잠시 멈추기로 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허락하기로 했다. 무언가 이루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지금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