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dinary kim Jan 02. 2024

파도가 밀려오는 오늘, 어떠한 태도로 서 있나요

ESG 1.0 시대에서 ESG 2.0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ESG 1.0 시대에서는 ESG 개념 이해와 기업들의 목표 선언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기업 가치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비재무적인 환경, 사회, 거버넌스 요소들을 최소한의 예산으로 관리하려고 했다. ESG 2.0 시대로 넘어오면서는 ESG 1.0의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하며, ESG 경영과 재무적 성과가 긴밀함을 강조한다. ESG를 통해서 고객 가치와 기업 가치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ESG 예산을 투자로 인식하는 것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ESG를 실천하는 범위에 있어서 재무적 중요성이 높은 ESG 활동에 제한이 될 수 있다는 한계와 사회문제 영역에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도리어 사회문제가 심화된 영역에 ESG 실현이 부족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ESG 1.0 시대의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태도가 야기할 수 있는 미래 시나리오로는 몽골의 예가 도움이 될 것이다. 몽골이 시장경제 체제로 변하면서 유목민들은 캐시미어(염소의 솜털)로 더 큰 소득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염소를 키우게 되었다. 그러나 염소는 풀뿌리까지 뜯어먹는 특성이 있어서, 염소를 많이 키울수록 초원이 빠르게 사라지고 사막화가 이루어진다. 이 문제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유목민이지만, 하루하루 생계가 급하다 보니 사막화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적정 수준 이상의 염소를 키우는 일을 멈출 수가 없다. 만일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결국 그들도 언젠가 유목민이 아닌 도시 빈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예기된 운명이 야속할 뿐이다.



ESG 1.0 시대에서 2.0 시대로의 전환을 ‘이중중대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것을 통해서도 이해해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사막화로 인해서 유목민의 소득과 캐시미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낮아지는 영향(Outside-In)만을 고려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유목민과 캐시미어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어떠한 영향(Inside-Out)을 줄 것인지를 질문하는 것이다. 유목민과 캐시미어의 의사결정에 따라 사막화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두 가지 영향이 상호 의존적인 흐름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환경과 사회에 끼친 영향은 다시 되돌아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우리가 받은 영향은 다시 환경과 사회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 두 가지의 영향이 유목민과 캐시미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더 완전하게 설명한다.



ESG 2.0이 말하는 ESG 경영을 통해서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가 있다. 한국관광공사 2023년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의 참여기업이자 최근 성동 ESG펀드 투자를 받은 ‘심플사파리(서비스명: 아모트레블)’의 사례다. 아프리카 럭셔리 맞춤형 어드벤처 여행을 제공하는 심플사파리는 현지 자연환경 보전을 비즈니스의 주요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다.


동물이 사라지면 사파리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연쇄적으로 관광객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환경 보전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현재 심플사파리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여 지속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기획하고 큐레이션 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계획이 실행되면 관광객의 수입이 국립공원 자금의 주요 원천이 되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심플사파리’의 성장은 현지 자연환경과 현지파트너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고, 선순환으로 ‘심플사파리’는 현지 파트너와 함께 관광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계속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ESG 2.0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이미 만들어진 영역에서만 ESG가 실현될 경향이 높고, 재무적 이익과 긴밀한 활동에만 제한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사회혁신을 비즈니스 목적으로 두며 시장을 만들어가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해저구조물을 설계하던 엔지니어는 깨끗한 바다 생태계를 위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다. 해저에 가라앉은 폐어망과 그물을 수거해 고품질 재생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포어시스’의 이야기다. 이 재생 플라스틱은 안경테, 모자챙, 포장재로 변모한다. 현재는 현대자동차 엔진 포장재로 납품되고 있기도 하다. 다회용 포장재이기 때문에 현대자동차가 일회용 포장재를 사용할 때 발생시켰던 비용과 환경적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포어시스는 올해 투자받은 자금으로 향후 연 4000톤의 해양 쓰레기를 해양 재생 플라스틱으로 자원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ESG 1.0에서 2.0으로 넘어오며 선언은 구체적인 실천들로 실현되고 있다. 더 나아가 ESG 2.0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었던 영역과 범위로 ESG를 적용하며 사회에 혁신을 만들어 내는 전략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파도를 피해 수동적으로 대피하는 것을 넘어서 파도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파제를 능동적으로 설치할 수도 있고, 심지어 파도를 이용한 수력발전 플랜트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거친 파도 속에 집이 없어질지, 또는 살아남을지, 살아남는 것을 넘어서 이전에 만나본 적 없던 혁신을 만들게 될지는 우리의 선택과 도전에 달려있다.



출처 : 소셜임팩트뉴스(https://www.socialimpactnews.net)

매거진의 이전글 입덧, 네가 나에게 속하지 않음을 받아들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