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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dinary kim Jan 02. 2024

최초를 이룩한 수많은 엄마, 아빠들에게

몇 달 전 우연히 TV에서 일타강사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일타강사 중에는 여성이 거의 없고, 그 얼마 되지 않는 여성 일타강사 중에서도 결혼한 경우는 더욱 없으며, 임신한 일타강사는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일타강사 최초로 임신, 출산한 그녀는 출산 5일 전까지 강의를 진행하고 산후조리원에서조차 일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임신, 출산한 여성이 없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은 평범해진 '일과 육아의 양립'이라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척박한 길을 걸은 ‘최초’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아주 오래전 장터에서 아이를 업고 국밥을 팔았을 한 아이의 엄마, 전업주부 남성이 없던 시대의 전업으로 아이를 돌본 남성, 제도로만 존재하던 육아휴직을 처음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사람, 임신, 출산으로 인한 부당해고에 대항하여 소송을 제기한 사람, 경력 단절의 개념을 경력 보유로 바꾸어 사회에 제안한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더라도 최초의 무엇인가를 시작했던 수많은 사람과 또 그 시도를 가능하도록 지지했던 공동체가 있었을 것이다.



이 모든 최초의 시도들이 쌓이고 쌓여 정책과 사회 분위기, 문화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리고 한 세대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최초’의 혁신적 정책들이 시도되고 있다. 성동구의 돌봄 경력인정서 정책은 좋은 예다. 이 정책은 전국 최초로 아이의 엄마, 아빠들이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급 돌봄노동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해 주고 ‘돌봄 경력인정서’를 발급한다. 이 경력인정서는 성동구 출자· 출연기관, 성동구상공회(회장 허범무) 소속 기업 등에서 공식 채용 서류로 인정되고 있다. 이 전국 최초의 정책이 시행되기까지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었던 시간이 한 사람의 성장과 성숙이 멈춘 ‘공백’이 아니라는 것을 증언하고 공론화시킨 최초의 사람, 모임, 연대가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수많은 혁신이 이어져 지금의 일과 육아가 양립할 수 있는 환경, 이를 위한 정책, 이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문화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여전히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2021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38개국)의 여성 연령별 고용률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OECD 국가 여성 고용률은 20대부터 완만하게 상승하다 50대 이후부터 하락한다. 그러나 한국은 20대~50대 사이에서 최고점을 25~29세, 최저점을 35세~39세에 찍는다. 회원국 중 25-29세 고용률과 35~39세 여성 고용률 차가 가장 큰, 특이한 M자형 그래프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루어 온 혁신이 일과 육아의 양립이라는 근본적인 관점을 갖게 하는데 초점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일과 육아 양립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시도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기대해 볼 수 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가를 넘어서 양육자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양육하며 일을 할 수 있는가, 육아를 하면서도 조직 내에서 신뢰받고 기여하는 동료가 될 수 있는가와 같은 실제적인 문제에 대해 도전이 필요하다.



나는 아이가 돌이 되기 전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 입사했다. 이 회사는 일과 육아의 병행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었고 아이를 돌보며 일을 하고 싶어하던 내게 100% 재택근무의 조건으로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덕분에 내가 원하는 시기까지 모유 수유를 하고, 일하다가 아이가 보고 싶으면 거실에 나가 아이를 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최근 나처럼 육아와 병행을 위해 재택근무 조건으로 입사한 동료가 생겼는데, 이런 시도들이 다른 기업들에도 확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일하고 있는 방문을 열고 빼꼼히 나를 보는 장난 가득한 아이의 얼굴을 보며, 이런 환경을 만들어 내기 위해 ‘최초’의 무엇인가를 시도해 온 수많은 사람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앞으로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과 육아의 양립을 시도하는 수많은 ‘최초의 사람들’을 응원한다. 다음 세대는 우리가 만들어 낸 혁신을 바탕으로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영역과 수준으로 일과 육아의 양립이라는 도전을 성공적으로 해내길 바란다. 혁신은 그렇게 또 다른 혁신을 만들어 낼 것이다.



출처 : 소셜임팩트뉴스(https://www.socialimpact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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