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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 Oct 24. 2024

22년 동안 바위산을 망치로 내리쳐 길을 만든 남자

다시랏 만지히에 관한 실화 영화 <마운틴 맨>

영화 <마운틴 맨>은 무려 2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망치로 바위를 내리쳐 바위산에 길을 만든 인도의 다시랏 만지히에 관한 실화 영화입니다.

 


인도 비하르주


비하르 주는 인도의 동북부에 자리한 주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만지히는 비하르 주에서도 동쪽 끝에 위치한 겔라우르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겔라우르는 남쪽이 가파른 바위산에 막혀있어 마을 사람들은 다른 도시로 이동하려면 바위산을 한참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빨간 표시가 비하르주 (출처: 위키피디아)


무사하르 계급


이야기의 주인공 만지히는 카스트 제도에서 제일 낮은 계급인 무사하르로 태어났습니다. 무사하르는 '쥐를 먹는 자'라는 뜻으로, 이들은 신분이 낮다 보니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고 쥐를 잡아먹으며 간신히 목숨을 연명하던 처지가 결국 그들의 계급을 나타내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마운틴 맨>


다시랏 만지히는 어린 시절 돈을 벌기 위해 마을을 떠났습니다. 세월이 흘러 다시 마을에 돌아온 그는 데비라는 여인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녀 집안의 반대에도 데비와 결혼을 하는 데 성공합니다.


영화에선 일을 하고 있던 만지히에게 식사를 가져다주던 데비가 바위산에서 미끄러져 다치는 것으로 묘사되었습니다만 실제 그녀가 다친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데비가 크게 다쳤고, 치료가 늦어져 사망했고, 이 일이 만지히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녀의 치료가 늦어진 원인은 바로 바위산 때문이었습니다. 터널이나 바위산을 넘어가는 길이 있으면 병원이 있는 이웃마을에 금방 도착할 텐데 빙 둘러가는 길 뿐이다 보니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습니다. 빨리 갈 수 있는 길이 없어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만지히는 다시는 누구도 자기와 같은 슬픔을 겪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바위산을 가로지르는 길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당장 실천에 나섭니다.


영화 <마운틴 맨>


인도 끄트머리에 위치한 가난한 마을, 거기서도 카스트 제도 가장 낮은 계급인 그에게 전문 장비가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자기 능력 안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망치로 바위를 내리치는 것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망치로 바위산을 내리치는 다시랏 만지히를 보고 마을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바위산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그 어마어마한 바위를 겨우 망치 따위로 깨트려 길을 만들겠다니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만지히가 제대로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족조차 다시랏 만지히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의 조롱 속에서도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소작농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엔 무조건 산으로 가서 바위를 내리쳤습니다. 하루, 한 달, 일 년, 십 년, 이십 년이 지나도록 그의 망치질은 계속 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바위를 깎아 길을 내는 데 성공합니다. 무려 22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만지히로드 앞에 선 다시랏 만지히. 지금은 길인 곳에 원래는 높이 7.7m 바위가 꽉 차 있었다고요..!!ㄷㄷㄷ


 

만지히 로드


만지히가 오직 망치와 끌만 사용해 높이 7.7m의 바위를 깎아 만든 길은 폭 9m, 길이는 무려 110m에 이릅니다. 이 길은 이웃마을까지 가려면 55km나 걸리던 거리를 겨우 15km로 단축했습니다. 이 길이 점점 드러나면서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응원의 말을 건네거나 같이 망치질을 하면서 길을 만드는 데 동참했습니다. 


만지히 로드는 지금까지도 겔라우르 마을과 외부를 연결하는 대표 도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22년간 무시 속에서도 묵묵히 할 일을 한 다시랏 만지히는 결국 마을을 넘어 인도의 영웅이 되어 2007년 그가 사망하자 그의 장례는 인도 정부에 의해 국장으로 치러졌고 2016년에는 그를 기념하는 우표가 발행되었습니다.


다시랏 만지히 


 

느낀 점


다시랏 만지히는 가장 하층민인 무사하르 계급이라 살면서 무시 이상의 멸시를 당했습니다. 거기에 망치질을 하면서부터는 미쳤다고 그 정도가 더 심해졌지요. '저 사람이 나를 무시했다'는 한 번의 착각만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나기도 하는 요즘, 평생 진짜 무시를 당하고도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 결국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한 만지히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줍니다. 


그리고 그가 22년 동안 망치질을 할 수 있던 원동력에는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은 슬픔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영웅적인 이타심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앗아간 바위산에 대한 인간적인 분노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웅도 모두 인간이니까요. 


오늘 이야기 <마운틴 맨>은 티빙, 웨이브에서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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