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최초의 흑인 여성 엔지니어 관련 실화
예전에 비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흑인과 여성에 대한 편견은 지금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편견과 차별이 더 심했던 1960년대, 능력자들만 모인 나사(NASA)에서도 더 특출난 실력으로 흑인과 여성이라는 이중 유리천장을 극복한 실제 인물 3명에 관한 감동 실화 영화 히든 피겨스를 소개합니다.
* 스포이드가 많으니 영화를 감상하실 분들은 흐린 눈으로(?) 읽어주세요. 그럼 시작합니다!
나사(NASA)에 근무하는 캐서린 존슨, 도로시 본, 매리 잭슨은 근무 부서는 다르지만 카풀로 출근을 같이 하며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동료이자 친구입니다.
1. 캐서린 존슨
캐서린은 보조 계산원으로 우주선 궤적 계산을 검토 했습니다. 이 부서에 흑인은 오직 캐서린 한 명 뿐입니다. 검산을 하려면 정확한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직속 상사는 캐서린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보안을 핑계대며 부분부분 내용을 지워서 주는 등 그녀를 괴롭혔습니다. 하루는 팀원들이 풀지 못한 우주선 궤적을 보조 계산원이던 캐서린이 정확하게 풀어내고, 이를 지켜본 팀장은 그녀를 공식 팀원으로 승진시킵니다. 그럼에도 팀원들은 캐서린을 동료로 받아들이지 않고 커피 포트를 혼자 따로 쓰게 하는 등 계속 무시하고 따돌렸습니다. 그리고 캐서린은 건물 내에 흑인 전용 화장실이 없어서 무려 800m나 떨어진 다른 건물까지 가야 했습니다. 왕복하면 1.6km이지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캐서린 존슨은 다른 팀원들은 물론, 당시 처음으로 도입된 IBM 컴퓨터마저 풀지 못한 궤적 계산을 풀어내 우주선 발사를 성공시키며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2. 도로시 본
도로시는 흑인 여성으로만 구성된 전산부의 총 책임 관리자였습니다. 하지만 급여는 다른 전산원들과 동일했지요. 그녀는 이런 상황이 부당하다 느꼈지만 그래도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앞으로 전산원들은 모두 해고되고 그 자리를 컴퓨터가 대신 할거라는 소문을 듣게 됩니다. 도로시는 발빠르게 컴퓨터 사용법을 익혀 팀원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얼마 뒤 소문대로 나사에 컴퓨터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도로시와 그녀의 팀원들 말고는 아무도 컴퓨터를 다루지 못했습니다. 덕택에 그녀들은 단 한 명도 해고되지 않고 모두 보직이 변경되면서 일자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 공로로 도로시는 나사 최초의 흑인 여성 부서장이자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었습니다.
3. 메리 잭슨
메리 잭슨은 우주선 설계 부서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녀의 가능성을 알아본 팀장은 그녀에게 나사 정식 엔지니어에 지원하라고 권유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나사의 정식 엔지니어중에는 흑인도 여자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메리는 '흑인이자 여자인 내가 과연 뽑힐 수 있을지,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같은 생각이 들어 기꺼이 도전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마침내 결단을 내린 그녀! 하지만 그녀의 신청은 허무하게 반려됩니다. 그녀가 가진 수학, 물리 학위 외에 다른 추가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요. 그 추가 과정은 한 학교에서만 수료할 수 있었는데 그 학교는 백인만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메리는 학교에 이러한 사유를 설명하며 입학을 신청 했으나 학교에선 허가를 해주지 않았고 결국 메리는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입학 허가를 받기 위해 재판을 신청합니다. 그리고 변호사 없이 홀로 재판에서 승리해 입학 허가를 받아내는데 성공합니다.
감동을 극대화 하기 위해 영화는 많이 각색되었습니다. 먼저, 카풀로 함께 출퇴근 하며 모든 기쁨과 어려움을 공유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설정이었던 영화와 달리 실제 인물들은 서로 먼 곳에 살았고 근무지도 각각 달랐습니다.
캐서린 존슨
캐서린 존슨은 영화에서 유색 인종 화장실을 찾아 800미터 떨어진 다른 건물을 이용하고 혼자 더러운 커피 포트를 쓴 것으로 묘사되었으나 이는 실제와는 다릅니다. 캐서린 존슨이 근무한 빌딩에는 유색 인종 화장실이 아예 없었습니다. 캐서린이 오기 전에는 모두 백인이어서 굳이 만들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이렇게 화장실은 물론 버스를 타도 백인 자리, 흑인 자리가 나뉘어 있을 정도로 차별이 만연했던 시대였습니다. 그럼에도 캐서린 존슨은 이런 사회 분위기에 굴하지 않고 암묵적으로 백인 전용인 그 화장실을 그냥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훗날 인종 차별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당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면 나사 직원 중에서도 본인도 모르게 인종 차별을 하는 사람이 한 두 명은 있었을 것 같거든요. 역시 남이사 그러거나 말거나 내가 못 느끼는 게 최고인 것 같습니다.)
메리 잭슨
메리 잭슨은 입학 허가를 받기위해 재판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학교측은 그녀의 입학 신청을 바로 승인해주었습니다. 메리 잭슨은 이 과정 수료후 나사 최초의 흑인 여성 엔지니어가 되었습니다.
나사 최초 흑인 여성 엔지니어, 나사 최초 흑인 여성 팀장, 컴퓨터도 풀지 못한 우주선 궤적 계산 등 기록적인 업적을 이뤘지만 흑인이자 여성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다 2016년 역시 흑인 여성인 마고 리 쉐틀리 작가가 집필한 동명의 논픽션 도서 <히든 피겨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NASA의 워싱턴 DC 본부는 메리 잭슨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Mary W. Jackson NASA 본부로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실제로 그녀들이 나사에서 영화에 나온 것 같은 고충을 겪지는 않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흑인과 여성 그리고 흑인인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평생을 그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이들은 거기에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자리를 잃을 뻔한 위기를 재빨리 프로그래밍을 익혀 팀원들에게 가르치고, 그 어느 흑인도 시도하지 않았던 백인만의 학교에 입학 신청을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척해 나갔습니다. 나도 이렇게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지, 사회에서 만든 유리천장을 나도 모르게 한계로 두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히든 피겨스는 넷플릭스(11월 1일부터)와 디즈니플러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