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410m 뉴욕 쌍둥이 빌딩 사이를 외줄 타기로 오간 필립 프티 이야
왓챠에서 볼 만한 영화로 <하늘을 걷는 남자>를 추천합니다. 이 영화는 뉴욕 쌍둥이 빌딩(World Trade Center) 사이를 외줄 타기로 오간 필립 프티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높이 41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습니다. 참고로 10층 건물 높이가 30m쯤 됩니다.
필립 프티는 1949년 프랑스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마술, 저글링에 소질이 있었고 16살에 처음으로 줄타기를 시작했습니다. 18살, 진료를 받기 위해 치과 대기실에서 비치된 잡지를 넘기다 우연히 뉴욕 쌍둥이 빌딩 건축 기사를 접했습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는 쌍둥이 빌딩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하겠다는 꿈이 피어올랐습니다. 그리고 4년 뒤 파리 노트르담 성당 사이(75m)에 줄을 설치하고 외줄 타기에 성공, 2년 뒤에는 시드니 하버브리지 사이(134m)를 건너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둘 다 불법이긴 했습니다.
410m 높이에서 외줄 타기를 하기 위해선 많은 준비를 해야만 했습니다. 강한 바람으로 건물이 흔들리는 문제, 바람과 날씨가 해당 높이의 와이어에 미치는 영향, 타워 사이 42m 간격에 길이 61m인 강철 케이블을 설치하는 방법, 맞은 편 건물로 와이어를 보내는 방법 등 여러 가지 연구가 필요했습니다. 결국 필립과 그의 동료들은 안전을 위해 무거운 장비를 옥상으로 몰래 옮겨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여러 차례 뉴욕을 오갔습니다.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아직 건설 중이었기 때문에 그의 동료 중 한 명인 뉴욕에 거주하는 사진작가 짐 무어는 헬리콥터를 빌려 하늘에서 건물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머지 동료들은 필립이 프랑스에서 연습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독일인 마술사 프란시스 브룬의 재정적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필립 일행은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쌍둥이 타워에 여러 번 몰래 들어갔습니다. 보안팀을 피해 움직이며 건물 구조를 분석하고 와이어 등 장비를 고정할 장소를 찾았습니다. 여러 번의 탐색과 짐 무어가 헬리콥터에서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그들은 타워의 축소 모형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로서 필립의 꿈이 이루어질 날이 한층 가까워졌습니다.
필립은 옥상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프랑스 건축 잡지 기자로 위장해 작업자들에게 접근했습니다. 작업자들의 근무 시간을 파악해 몰래 지붕에 올라갈 수 있는 타이밍을 찾아냈고, 건물에서 일했던 사람의 신분증을 구해 자신과 동료들의 가짜 신분증을 만들었습니다.
1974년 8월 6일 화요일 밤, 모두 쉬는 틈을 이용해 필립과 동료들은 무사히 104층에 장비를 옮겨 숨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맞은 편 건물로 화살을 쏴서 케이블을 보내기만 하면 모든 준비는 끝! 그동안의 활쏘기 연습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 날, 몇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안정적으로 화살을 맞은편에 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준비되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7시가 되자마자 필립은 와이어에 올랐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발을 내디뎠습니다. 조심조심 맞은편 건물에 도착한 성공한 필립은 갑자기 뒤로 돌았습니다. 다시 와이어 위를 걷는 그 순간 필립은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 마음에서 환희가 솟아나는 무아지경에 빠져들었습니다. 410m 높이에 설치된 그 강철 줄 위에서 그는 무려 45분 동안 걷고, 춤추고, 눕고, 묘기를 부렸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아래에 모인 군중들이 그에게 환호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무릎을 꿇어 인사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나타났습니다. 건물의 양쪽 지붕에서 그가 내려오도록 설득해도 소용이 없자 나중에는 헬리콥터로 쫓아내겠다고 필립을 위협했습니다. 이제 충분하다고 느낀 뒤에야 필립은 줄에서 내려왔습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두 건물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한 필립의 소식은 금세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필립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었습니다. 검사는 필립이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무료로 외줄 타기를 선보인다는 조건으로 쌍둥이 타워 무단 침입 및 불법 외줄 타기에 관련된 모든 공식 기소를 기각했습니다.
인기가 많아진 건 트윈 타워 측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형편없는 디자인에 건축비만 과하게 들어갔다는 비판을 받고, 임대마저 되지 않고 있었으나 이 사건 이후로 평가는 달라졌습니다. 트윈 타워 측은 필립에게 트윈 타워 전망대 평생 이용권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외줄 타기 시작 지점 근처에 있는 강철빔에 필립의 사인을 받았습니다.
필립 프티는 <하늘을 걷는 남자> 촬영을 위해 주연 배우 조셉 고든 레빗에게 외줄 타기를 직접 가르쳤습니다. 그는 조셉에게 재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필립의 이 실화는 여러 책으로도 발표되었습니다. 2008년에 Man on Wire라는 제목의 영화가 먼저 개봉되었고 <하늘을 걷는 남자>는 2015년에 개봉했습니다. 원제는 The walk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런 무모한 도전을 굳이 해야 하나 싶습니다. 더군다나 목숨을 걸고,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요. 그래서(?) 필립 프티의 이야기는 더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그가 남들의 시선, 세상이 정한 룰 따위는 의식하지 않고 오직 자기 내면의 목소리만 따랐기 때문에요.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렇게 모두가 NO 할 때 혼자 YES 하는 용기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감동적인 부분 외에도 빌딩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장면은 연출이라는 걸 알고 봐도 손에 땀이 날만큼 시각적 즐거움도 있으니 영화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상 왓챠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 소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