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의 모습 #2
여기저기 있는 오려진 종이들, 그리고 배경이 되는 다양한 질감과 패턴, 연구의 목적으로 수집된 샘플 유리들은 앞으로의 쓰임새를 예상할 수없을 정도로 다양하지만,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직전 작업들에서 남은 종이조각과 파편, 그리고 배경으로 쓰일 여러 질감의 종이들은 언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놓여있다.
이소는 이 공간에서 꽤나 많은 일들을 진행한다. 아이들이 방문하는 교습소가 되기도하고 지인들과의 파티장소로 활용 되기도 한다. 나조차 이렇게 넓은 작업실을 방문한 것이 무척 오랜만인 것은 그 만큼 서울의 작업공간의 제약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무튼, 공간의 면적만큼이나 여유로운 오후를 보냈다. 이소와 나는 배달 음식(깔끔하고 신선한 초밥)으로 점심의 허기를 달래고 따듯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언제나 그렇듯 커피와 견과류는 옳다. 하지만, 오래전 나의 어머니가 땅콩과 함께 드립커피를 마시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동의할 수 없었다. 쓰디쓴 커피에 단 것에 조합은 정석, 아니, 진리 아니던가.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고소한 커피에 고소한 견과류를 곁들이는 것은 카페인과 당의 조합과 다르게 나를 진중하고 잔잔하게 만든다. 이 조합 때문일까 이소와 나는 작업에 대해 깊은 심도로 이야길 할 수 있었다. 올 해 들어 이소의 작업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있었던 것들 위해 그림을 올리는 이전 방식과는 다르게 오려내고 찍어내는 방식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날 것에서오는 질감과 이야기들은 잠시 멀어졌지만, 디지털 이미지의 망점, 인공적으로 설계된 꽃의 이미지, 액자와 유리의 새로운 가능성 등, 이야기의 분명한 층위와 확실한 키워드를 찾게되었다. 작업실 이모저모에서 그 상기된 창작자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목격할 수 있었다.
기록하는 사람_박소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