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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Jan 04. 2023

형광색 작업실

이소의 모습 #1


  이제 곧 2022년도 마무리되어간다. 시간의 속도는 나이의 숫자와 비례한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올 해는 나에게 꽤나 의미있는 단편들이 많았다. 코로나가 소강되는 시점에 맞추어 많은 이벤트를 기획하고 협업한 작가들과 조금 더 농도 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서교동 의식주의 안녕을 고하는 이사가 결정되고, 작가들의 면모를 기록하는 ‘모습’이라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게 되었다. 나의 시선은 이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소는 올 해 진행한 프로젝트 중에서 기획자와 참여작가의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다. 


작업실 앞 풍경과 난로


  천진할것만 같았던 첫 인상과는 다른 면모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사람이다. 작업실에서 방문하면서 이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경기도권에서 작업실을 유지하는 것에 장점은 바로 공간유지의 가성비에 있다. 하지만, 이 넓은 작업실에도 겨울은 견뎌내야하는 시간이다. 공간 곳곳 난방기기들이 놓여 있었고, 나의 방문을 위해 무척 따듯한 온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작업실 풍경


  이소는 선물하나를 꺼내어 나에게 주었다. 눈사람 모양의 비누, 이소는 눈사람 만들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이 소중한 모양의 비누를 보면 문득, 슬픈생각에 잠시 빠졌다. 정녕 이 눈사람을 내 손의 온도로 녹여야 하나? 당분간 피규어들이 자리한 곳에 놓아야겠다. 따듯한 차를 마시면서 드넓은 작업실의 모습이 하나하나 시선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소의 최근은 작업들이 그러하기도 했지만, 소품에서 부터 가구에 이르기까지 형형색색의 조각들을 끼워맞춘 공간이다. 이소가 찍어낸 팬지꽃의 미소처럼 너무 과하지 않은 형광색 미소를 품고 있는 작업실이다.   


기록하는 사람 _ 박소호


이소의 선물
이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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