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덕의 모습 #2
그는 이미지가 가진 착시를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착시는 우리의 눈을 속여 이미지를 숨기거나 새로운 이미지를 드러나게 하여 착각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작가 상덕은 이 착시를 오히려 새로운 이미지의 가능성을 여는 도구로 활용한다. 상덕은 그간 만들어왔던 작업들을 하나씩 보여주었다. 작품을 포장하고 있는 이음새와 각도에서도 그의 성향을 엿볼 수 있었다. 다시 포장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상기된 손놀림으로 포장을 벗겨냈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시간이 잠시 있었던 관계지만, 상덕의 작업을 자세하게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전 작업들부터 최근작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담긴 화면들을 살펴보았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욕구가 큰 작가를 본지가 꽤 오랜만이기도 했지만, 긴 시간 이어져온 그의 화면에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한결같은 공력과 밀도에 놀랐다. 가장 익숙하고 오래된 미술 기법인 콜라주를 활용하고 있음에도, 이 보편적이고 익숙한 상징이 된 기호로써의 방법을 뛰어넘는 그의 집요한 손에 감탄했다. 평면 위에 올라간 종이와 그림자라는 일종의 착시는 진짜와 가짜의 윤곽을 흐리게 하고, 사물과 사물을 구분하게 하여 독립적인 오브제로 자리하게 한다. 반면에 이러한 일루션, 환영을 통해 먼 거리의 풍경을 다가오게 하고 가려진 장면을 드러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