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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ganicmum Feb 13. 2024

관계정리 :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거리유지

육아의 또 다른 숙제, 아이 친구엄마와의 관계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관계라는 것이 있고,

그리고 일정의 거리를 유지하는데..


물리적인 거리도 있고 심리적인 거리도 있다.


물리적거리


누군가가 내가 팔을 뻗었을 때 그 길이보다 더 가까이 다가와서 내 얼굴을 보며  말을 하다면 상당히 부담스럽다.


이게 물리적 거리이다.


한국사람들은 서양사람들보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편이라 한국의 어르신들이 서양의 외국인에게 너무 다가가서 얘기를 하면 흠칫 놀라서 뒤로 한발짝 물러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리적 거리


심리적거리는 '친밀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내가 어느정도 그 사람과 친밀해졌는지에 따라 심리적 거리를 가늠할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 부부간의 심리적거리가 1이라면 아이들과는 2정도,

부모님과는 3정도 이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둥하는 말을 하지만 부부라고 해도 온전한 내가 아니기 때문에 심리적 거리는 있게 마련이다. 그나마 1이면 다행이고 심리적 거리가 멀면 부부관계가 안 좋다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얼마나 나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는지, 내가 관심을 가지는지, 내가 신뢰하는지, 혹은 내가 의지하는지에 따라 심리적거리가 정해진다.


나 같은 경우에는 가족 이외의 타인에게는 심리적거리를 5정도로 유지하는 편이다.

숨기지도 드러내지도 않고 나의 문제를 잘 얘기하는 편도 아니다.

친구에게 상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런 타입은 아니다.

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상담을 하는게 아니라 부탁을 할 것 같다.


그때 그때 그 날의 상황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내모습이고 꾸미지도 감추지도 않고 보여주는 내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 곁에 남아있는 친구라 생각한다.


사람을 멀리두지도 않지만 그렇게 쉽게 가까이 가지도 않는 편인 것 같다.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여러해를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친구들 같은 경우는 심리적거리가 4정도로 일반적인 관계보다는 좀 더 가까울 것 같다.


심리적거리가 가까워진다는 건,

함께 지내온 시간이 길거나 공유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의 관심사가 같을 때이다.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육아동지


'조리원동기'라는 말이 있다.

출산과 육아를 경험해 보지 않은 남자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출산을 경험하고 육아를 함께 해 온 아이친구 엄마가 심리적으로 큰 위안을 줄 때가 있다.


멋모르고 출산하는 첫째엄마였을 때,

나는 동네사람들과 복잡한 관계가 맺어지는게 싫어서 조리원휴게실에 잘 안 나갔다.

그래서 조리원에서는 내가 있는 듯 없는 듯하는 산모여서 나는 조리원동기가 없었는데 퇴소하는 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산모와 인사를 나누면서 집이 가깝다는 걸 알게되고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독박육아를 하던 나는 한달정도는 모유와의 전쟁, 잠과의 전쟁으로 전시상황이었다.

당시 남편과 주말부부였고 도와주는 어른들이 안 계신데다가 처음이라 아기가 울기만해도 겁이나던 시절이었다.


두달쯤 되었을까..

아기가 잠을 좀 길게 자기 시작하면서 나도 잠과의 전쟁은 막을 내리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는데 조리원퇴소날 만났던 산모에게서 연락이 왔다.


'잘 지내요?'


하.. 아뇨.. 너무 힘들었어요.

이제 좀 살것 같아요.



'저도 그래요. 그동안 너무 정신이 없어서 연락을 못했는데.. 저도 이렇게 힘든데 그때 주말부부라고 말씀하신게 생각이 나서 걱정되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눈간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


우리 엄마아빠도 내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고 실질적인 도움을 못 주는데

말한마디 안해도 나를 알아주는 친구가 있다는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그렇게 해서 그 친구와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우리는 육아동지가 되었다.


아기가 뒤집기 시작하면 서로 박수 치고

함께 낮잠시간을 맞춰서 밖에서 티타임도 가졌다.


나의 숨통을 틔이게 해 주는 고마운 친구였다.


아기때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지만,

2세3세가 되면 아이들의 고집과 성향이 나오고

기관생활을 하면서 문제가 생길 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하게 되었다.


이 친구도 나도 크리스찬이라 교육관이 같았고 삶의 지향점이나 여러가지 성향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어서 더 많이 오픈하고 친밀해진 것 같다.


이 친구와의 심리적 거리는 2.5정도이다.

부모님께 시시콜콜한 얘기를 잘 안하던 내가 이 친구를 만나면 엄청난 수다쟁이가 되고 이 친구를 만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쌓였던 봇물이 터지고 가벼워진 느낌이다.


이런 만남이 소중하고 감사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또 다른 만남, 아이 학교 친구 엄마


아이가 어릴 때는 엄마들이 친구가 되어서 아이들이 자연스레 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조리원동기부터 시작해서 문화센터에서 알게된 엄마들, 어린이집 설명회에서 만난 엄마들, 유치원친구 엄마들 등등 엄마들이 먼저 말을 하고 서로 연락을 하면서 아이들이 함께 놀아서 친구가 된다.


유치원 때부터는 아이가 혼자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면서 독립적으로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는 아이의 친구 엄마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유독 2명의 친구들 이야기를 자주했다.

그 친구들의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나서 놀기로 약속을 하고 주말에는 집에 초대해서 놀고 싶다고 했다.


우리 집에서 한번, 친구 집에서 한번, 또 다른 친구집에서 한번.

이렇게 번갈아가며 친구들 집으로 세명의 아이들이 몰려다니고 자연스레 엄마들도 서로 인사를 하며 지내게 되었다.


아이들끼리는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붙어서 놀기도 하며 즐겁게 지내는 듯 했다.


육아전문 유튜브채널에서 '아이의 학교 친구 엄마들과의 관계를 조심해라'는 주제의 영상이 많이 있어서 조금 조심스럽기는 했지만 자연스레 알게된 사이라 우리도 단톡방을 만들게 되었다.

단톡방이라 해 봤자 3명이지만, 간간히 '띵똥~'울리는 톡이 시작되면 30분을 넘게 대화가 오간다.

아이들의 비밀스런 사생활을 엄마들이 지켜보는 느낌이다.


한번은 엄마들만의 티타임을 하게 되었는데 엄마들의 성향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엄마들이라 아이들 성향도 비슷비슷한 것 같고 그래서 아이들이 친한가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엄마들이 모여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엄청 궁금해하는데 알려주지 않았다.


엄마들의 비밀이야기야.


아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심리적거리의 아이의 친구엄마 친구들이 생겼다.

'아이'라는 공통주제가 있어서 그런지 만나면 할 얘기가 많아지는 즐거운 만남이다.



심리적 거리를 유지해야하는 사람 3부류


 심리적 거리를 유지해야하는 사람 유형을 꼽자면 대표적으로 3가지 부류이다.


첫번째는, 질투가 많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내 앞에서 입바른 칭찬을 많이 하지만 결국은 내가 잘되면 배아파하고 못 되면 앞에서는 위로해주지만 뒤에서는 고소해 할 것이다.  이런 부류는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학교다닐 때는 몰랐는데 결혼하고 나서 남편 자식 시댁등을 비교하면서 학창시절에는 없었던 성향이 보이기 시작한 친구가 있었다. 단순히 나를 칭찬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다른 친구에게 가서 나의 험담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손절했다.


두번째는, 컴플렉스가 있는 사람이다.


  컴플렉스가 있는 사람은 과민하게 받아들인다.

예전에 나에게 늘 칭찬을 하던 후배가 있었는데 갑자기 냉랭해진 태도에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별일 없다고 해서 그냥 지나쳤는데 어느날 나에게 고해성사처럼 심각하게 말을 꺼내더니 예상치 못한 고백을 했다.


 사실은 유학가려고 준비하면서 분주하게 사는 내가 부러웠고 자기는 그렇게 하지 못한게 컴플렉스였고 질투가 났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자기가 받고 싶은 칭찬을 나에게 한 것 같다고 했다. 어쩌면 질투와 컴플렉스는 함께 동반되는 감정인 것 같다.


 그 후배도 상당히 열심히 자기 전공공부를 하고 있었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 사건 이후로 나에게 과하게 친절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칭찬을 많이하는 사람을 조심하게 되었다.


컴플렉스가 있는 사람들은 필요이상으로 남들에게 친절하고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다가 어느 순간 돌변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더라면 서로가 불편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세번째는, 남의 말을 많이하는 사람이다.


 남의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나중에 다른 곳에 가서 내 말을 많이 하게 될 것이다.

동네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으면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멀리해야하는 유형이다.


 남의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 중에 돈많은 친구이야기를 많이 한다거나 잘나가는 지인들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은 허세가 있는 부류이다. 그들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보여주고 싶은 것으로 실제로는 가진게 별로 없는 사람이다.


 남의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 중에 다른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나 험담을 많이 하는 경우에는 더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다. 가까이 두면 나에게 화살을 꽂을 사람이다.




관계정리


 40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관계 속에서 울고 웃었다.

심플라이프에서 관계정리도 빠질 수가 없는 숙제이다.

이해관계가 있는 비즈니스 관계가 아닌 경우 관계정리가 더 어렵다.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살이가 득과 실을 따지는 관계만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사람을 대할 때 이 사람은 나에게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관계가 정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정리할 관계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걸 깨달았다.


앞서 말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해야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조심하는 것이다.

물건이 많아지면 관리해야할 대상이 많아지듯

연락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삶이 복잡해지는 건 당연하다.


심플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삶을 '단순화' 해야한다.

인간관계도 단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인간관계를 단순화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 목록을 적어보고 먼저 연락하는 것이다.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심플한 관계정리법


1. 노트를 꺼내서 주로 연락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고 핸드폰 번호를 적어둔다.

혹시나 폰이 망가져서 연락처가 날아가버려도 연락할 수 있도록.

SNS아이디랑 비번도 적어두면 좋다. 요즘은 SNS로 연락하는 경우도 많으니..


2. 다이어리에 소중한 사람들의 생일을 표시한다.

생일날 그 친구에게 연락한다.

소중한 사람이 12명이면 한달에 한번 축하할 일이 생기고 소중한사람이 24명이면 한달에 두번 축하할 일이 생긴다.

멀지 않다면, 그 친구의 생일이 있는 달에 함께 만나서 밥을 먹는다.

가족 외에 함께 생일밥을 먹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주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3. 나에게 다급한 일이 생겼을 때 부탁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사람들의 목록을 적어본다.

아주 소중한 사람들은 앞서 말한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가족, 친구, 지인이다.

이 목록은 함께사는 가족과 공유해도 좋다.

그들이 나를 대신해서 내 가족의 보살펴 줄 수도 있고 내가 그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오더라도 나의 안부를 내 가족이 그들에게 대신 전해줄 수 있다.


이렇게 노트에 적어보면,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사람과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사람이 한눈에 보일 것이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아서 자주 만나는 사이이지만 깊은 얘기를 하지 않는다면 심리적 거리는 멀다.

타지역에 살지만 마음을 나누는 친구라면 심리적 거리가 아주 가깝다.


바쁜 일상을 살다보면 물리적 거리가 먼 관계를 소홀히하게 된다.

관계를 소홀히 하면 심리적 거리도 멀어지게 마련이다.

관계정리법으로 노트에 적어보면 내 삶에 우선순위가 되는 관계들이 눈에 보인다.

핸드폰에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관계들이 저장되어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심플한 나의 관계목록을 보며,

매일 소중한 사람들에게 안부인사를 하며 행복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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