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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가닉씨 Jul 10. 2020

출간 소식 전합니다

<식탁의 위로 | 밥 한 끼로 채우는 인생의 허기>

 


  온라인으로는 이제 검색이 될 거라는 출판사 담당자의 이야기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오늘로 퇴사 열흘 차, 다시 출근 이틀을 앞두고 그저 종일 술이나 푸고 싶은 심정이던 터라 낮술을 마시고 있던 참이었다. 미치도록 기쁜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여기저기 링크를 보내 자랑을 하고 축하를 받았다. 하지만 책을 내기로 결심하고 글을 쓰면서부터 들끓던 자괴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봉지 째 털어 넣고 끓이기만 하면 근사한 한 끼가 뚝딱하고 차려지는 세상에, 그나마 남아 있던 일말의 의지조차 코로나가 싹싹 긁어간 마당에 해보자는 것이 고작 '요리'라니. 술 한 잔에 벌겋게 달아 오른 얼굴이 더 뜨끈해졌다.


  2017년 8월 뜨거운 여름.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고 처음 글을 썼을 때가 또렷이 기억난다. 글에서 나는 통통 튀는 콘텐츠가 없음을 인정하며 겸손해했다. 거기에 스스로 점잖은 위로를 했는데 삶이라는 것이 그렇게 트렌디할 필요도 없고, 행여나 내식대로만 쓰다가 언젠가 싸이 다이어리 마냥 읽다 보면 낯 뜨거울 때가 온대도 그러려니 하겠다는 일명 ‘쿨펀섹’ 좌의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쓰이지 않은 문장에는 분명 그러지 않았음을 적어두었다. 나의 꿈은 분명했다.      

  “내 꿈은 오롯이 나를 담은 책을 내는 거야.”

  누군가 딱히 묻지도 않았거늘 나는 늘 스스로에게 꿈을 묻고 답했다. 열여덟 살 때에도 스무 살 때에도 스물여섯 살 때에도 서른네 살 때에도 대답은 늘 같았다. 나를 담은 책을 내고 싶었다. 언젠가 이 생을 다 할 때 내 이름 석 자와 비루하지만 나의 서사를 담은 책이 곁에 있으면 근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좋아한다는 티를 반드시 내야 하고, 왜 이를 택했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당위는 곧 내 존재를 설명하는 것과 같다고 여겼다. 이제는 머리 좀 컸다고 누군가에게 이를 관철시키거나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나 외에 혹시나 이를 즐겨줄 누군가가 있다면 그에게 친절하고 싶었을 뿐이다.      


<식탁의 위로(지식인하우스)>

  

  이제(야) 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면, 알다시피 나는 요리연구가나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아니어서 누군가에게 요리라는 단어를 쉬 내놓을 만큼의 능력자는 아니다. 다만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생각과 고뇌가 필요할 때,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을 때, 딱히 잘하는 것도 없는 틈에서 무언가 뽐내고 싶을 때 즐기던 것이 요리였을 뿐이다.

  그렇다고  <식탁의 위로 | 밥 한 끼로 채우는 인생의 허기(지식인하우스)>는 요리법에 대한 책은 아니다. 분명 레시피가 있긴 하지만 친절하지는 않다. 이를테면 ‘그 냄새’가 나기 전이나, 김이 ‘몇 방울’ 맺히기 전까지, 이쯤 익었다 '싶을 때’나 국물이 국자로부터 또르르 찬찬히 떨어질 '그즈음’에 이만하면 됐다고 하는 식이다. 혹시 나의 글을 즐겨 읽은 누군가라면 흙이 채 털리지 않은 파뿌리를 다듬으면서 생산자를 떠올린다는 유난스러움도 익숙할 것이다.      

  ‘요리가 언젠가 너를 빛나게 해 줄 네 적성’이라는 무려 십오 년 전 봤던 사주에 기겁해서는 요리를 멀리하게 되고, 요리는 하찮은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과정도 담았다. 그간 써 온 글처럼 위로의 때를 놓쳐버렸을 때 어쩌면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르는 콩포트에 미안한 마음을 농축시키는 마법 같은 것도 운이 좋으면 맛볼 수 있다. 요리라는 행위는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누군가와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음을, 접시 너머에는 분명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것에 대해 알아가는 삶의 방식이라는 진한 양념도 뿌려보았다.  

  조금 더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선호하는 맛이나 사용하는 주방 기구의 취향, 브랜드 등은 삶의 축소판과 같다는 이야기를 브런치보다 더 길게 써 내려갔다. 퇴근 후 모임에 나가 화려한 ‘진짜 삶’을 개척해가는 것에 비해 오로지 ‘어묵 한 꼬치’가 전부인 나의 퇴근길에 누군가 간장 종지를 건네주었으면 하는 다소 허무맹랑한 짠내도 담았다. 요즘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맛집 찾기는 늘 실패하는 나같이 맛집 바보들(?)을 보듬고, 색다른 맛집을 제시하는 (감히)가이드는 덤이다.


  2019년 8월, 더 뜨거운 여름. 그 자리에서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집으로 가던 길만 하더라도 나는 지금의 상황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탈고하면서 이전에 쓴 글을 다시 찬찬히 살피는데 문득 슬픔이 몰려왔다. 아무런 제약도 없이 친구를 초대해 음식을 나눠먹고, 술잔을 기울이는, 마스크 없이 땀을 벌벌 흘리며 생산자의 뒤를 졸졸 따르는 것이 어쩌면 이제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서 말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공연도 온라인으로 편하게 즐길 수 있지만, 하늘을 찌를 듯 방방 뛰면서 끈적해진 옆 사람의 팔뚝과 부딪히는 일도 다시는 없을지 모른다. 그런 생각이 몰려올 때마다 나는 주방에 섰다. 여하간 복잡하고 뒤엉킨 생각을 정리하려면 이만한 일도 없었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그리고 혹시나 코로나로 인해 몸과 마음이 다친 이라면 나의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감히 이야기하건대 요리는 그런 행위가 틀림없다.      


  힙합 음악에 빠져있을 때는 국내 최대 힙합 매거진에 글을 쓰고, 씬에 일침을 놓는(ㅋㅋㅋ) 힙합 에디터로 일하고 싶었다. 물론 기회가 된다면 지금도 이 꿈을 이루고 싶어요.. 여행이 삶의 전부라고 여겼을 때는 여행에 대한 글을, 전공에 대해 좀 알겠구나 했을 때는 무분별한 '녹색 분칠'을 일갈하며 조경을 비판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진정한 의미로 잘 먹고 잘 산다는 게 정말 어렵다고 느끼던 즈음에,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이 책의 첫 장을 쓰고 있었다.


  서두가 아주아주 길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정식 출간일은 7월 22일(수)이지만 지금은 온라인으로 예약 구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하단 링크 포스트에 ‘좋아요’하고, ‘간단한 답글’을 남기면 나의 뜨끈한 책과 굿즈로 제작된 귀요미 장바구니를 받아보는 이벤트에 참여할 수도 있다. 사실 벅차오르는 마음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책이 정식으로 출간되는 그즈음에 나의 완전히 달라진 근황과 함께 다시 전할 예정이다.     



  다음 글에서 차차 풀어갈 거라는 나의 근황이란관종이라 입이 근질거려서요,

열흘 전까진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지금은 동네 빵집을 준비한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하. 그리고 앞으론 그 헬게이트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과정에 대해서 글을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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