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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Aug 06. 2019

멋진 곳에 가고 싶지만 사람이 많은 건 싫어

day2. 유라시아 판과 북아메리카 판 사이에서

 누구나 가는 관광지는 싫다. 멋지고 재미있는 곳들은 다 가보고 싶으면서도 뜨내기는 알 수 없는 로컬들만 가는 알짜 스팟도 가고 싶다. 무릇 관광지라 함은  '[명사] 경치가 뛰어나거나 사적(史跡), 온천 따위가 있어 관광할 만한 곳'이다. 그런 곳에는 사람이 모이기 마련인데, 나는 여행을 떠날 때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 심정으로 멋지면서도 사람들이 없는 곳을 찾았었다. 인간이란 이렇게 간사하다.


 내 이상한 (모순된) 감성은 이번 여행에도 반영되었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결정하고나서 가고 싶은 곳을 모아 오기로 했는데, 이때 찾은 것이 '실프라 스노클링 투어'였다.


<실프라 스노클링 투어>

https://guidetoiceland.is/ko/book-holiday-trips/golden-circle-and-snorkel-in-silfra-with-reykjavik-pickup-2

  얼음의 나라인줄만 알았던 아이슬란드에 동남아 휴양지에서나 할 것 같은 스노클링 코스가 있다니! 정보를 찾아보았지만 다른 관광지에 비해서 정보가 많지도 않았고, 사이트에서도 한국어로 쓰인 후기는 많지 않았다. '이거다' 싶었다!


두 번째로 실프라 스노클링에 매료된 이유는 이곳의 신기한 지형적인 특징 때문이었다. 실프라는 북아메리카 대륙판과 유라시아 대륙판이 갈라지는 틈에 생긴 계곡이라고 한다. 두 개의 다른 대륙 사이에서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는 것! 이 대륙판 사이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우리는 아마도 사진의 왼쪽 아래에서 두 번째 세모 정도에 있지 않았을까?)

출처 : https://icelandmag.is/article/how-fast-iceland-growing-due-tectonic-plates-drifting-apart


 유럽과 북아메리카 사이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빙하가 녹아 흘러온 물은 용암대지를 거치면서 자연적으로 정화된 물이라고 한다. 아주 오랫동안 자연적인 정화를 거쳐 여기는 마셔도 되는 깨끗한 물이며 시야가 허락하는 한 끝까지 그 물속을 내려다볼 수 있다고 한다.


세상 어느 곳에 이런 포인트가 있을까? 멀리 떨어진 대륙에 온 것도 모자라 대륙과 대륙 사이에 있을 수 있다니! 게다가 다녀온 한국 사람들도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아이슬란드 여행만을 다루는 카페 또는 몇 군데의 블로그에서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sunnyi님이 앞서 말해주신 대로,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실프라에 도착했다.(우여곡절의 세부 내용은 매거진 바로 전 회차에서 볼 수 있다.) 여행의 첫 번째 코스였던 만큼 당황하기도 했지만 갑자기 터진 일에도 아무도 남 탓을 하거나 고민하지 않았다. 늦었는데도 시간대를 맞춰보겠노라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뛴 우리가 웃겼고, 뛰는 와중에도 대자연 사진은 찍었던 우리, 뛰는 장면마저 생동감있게 간직하겠다며 동영상을 찍은 우리. 그렇게 약속장소에 도착해서도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대자연속에 버려진 우리도 그저 웃기고 재미있었다. 홀린듯이 길을 헤맸고, 홀린듯이 웃고 떠들었다. 그렇게 싱벨리어 공원을 찬찬히 둘러본 후 '진짜 스노클링 모임 장소'에서 본격적인 스노클링 준비를 했다. 가보니 여러 투어 회사에서 사람들을 드라이슈트와 장비를 실은 채 모여있었고, 우리 생각대로 한국인은 한 팀도 없었다.

아이언맨 또는 그에 준하는 영웅 같아 멋진 포즈를 취해보았다. 그래봤자 우주 먼지, 지구 티끌, 우주 모래알이다. (키 큰 가이드가 찍어주셔서 키가 작아보이게 나왔다!!!)


가이드는 정말 쾌활하고 귀여운 분들이셨다. 가이드는 슈트 안으로 흘러 들어오지 않게 목과 손목, 발목에 고무줄로 고정해주며 '타이니 넥~'이라며 말을 건넸다. 또 다른 가이드는 열심히 우리가 갈 코스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우리가 갈 곳은 어떤 곳이고, 얼마나 깊고 맑은지 설명해주었다. 내가 너무 열심히 오~~ 아~ 하면서 리액션했더니(원래도 별명이 방청객인 나) 그분이 너무 인터랙션이 멋지다며 감동해주셔서 머쓱하고 즐거웠다.


너무도 유쾌했던 ADVENTURE VIKINGS의 Ivan 가이드 선생님


미팅 장소에서 20분 정도 걸어가서 본격적인 스노클링을 시작했다. 물속에 들어가자마자 '헉'하고 소리를 질렀다. 너무 파랗고, 맑고, 깊었다.

수면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물고기 조차 보이지 않는 맑은 호수, 기암 괴석들.


1시간 정도 스노클링을 한 것 같은데, 눈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맑고 끝없는 깊이의 호수였다. 이 깊은 땅 속에서 새로운 땅이 생성되고, 움직이고 있다니. 살아있는 지구의 속살을 본 듯했다. 우리가 늘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면서 이 땅이 움직이고 있고, 우주 속에 떠서 자전하는 지구라는 걸 느껴본 적이 있던가? 살아서 숨 쉬고, 움직이는 우리처럼 이 지구도 움직이고 있구나, 하는 걸 책에서나 들어서가 아니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유영하는 우리는 또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도.

드라이 수트를 입어서인지 손과 얼굴을 빼면 춥지 않았고, 그마저도 물속에 있으니 익숙해졌다. 수영을 제대로 배워본 적 없었지만, 오리발을 흔들며 앞으로 나아가는 게 재밌었고, 바위에 낀 이끼들은 마치 콧물 같았고 신기했다. 태어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관들은 벌써 시작되고 있었다.


함께 간 sunnyi님과 Dana님도 물속을 들여다보며 감탄했다. 스노클링과 다이빙에 익숙한 Dana님은 헤엄쳐가다가 바다로 나갈 뻔(!) 했고, 언제나 차분한 sunnyi님은 조심스럽게 물속을 구경하시면서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나는 수영을 할 줄도 모르면서 그저 여기 있는 곳이 신기해서 아무렇게나 발길질을 하며 나아갔다. 우리는 각자의 개성대로 실프라 스노클링을 즐겼다.


 물놀이를 마치고 약간 나른해진 우리는 차 트렁크를 탁자 삼아 드립 커피를 내려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겼다. 대 지각 위기를 겪고, 또 그런 자신들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겨서 깔깔 웃던 얘기를 하며 깊고 맑은 물속에서의 각자의 감상을 공유하며 실프라에서의 스노클링을 마무리했다.


 작은 우주먼지로서의 나를 느꼈다고 해서 내 삶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대륙판과 판 사이, 그리고 그 대륙을 여러 개 품은 지구. 그중 한반도에, 그 반쪽의 남한에, 그 속의 서울에, 아파트의 작은 방 안에 사는 나를 생각하면 작은 내 속에 있는 고뇌와 고민은 더욱더 작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놀이 후에 야무지게 먹었던 지각의 원흉 중 하나인 스팸 계란후라이 도시락, 후식으로 드립 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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