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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Apr 23. 2024

소설 <구르브 연락 없다>

외계인이 지구에서 살아남는 방법

제목이 독특해서 예전에 사둔 책이 있는데 이번에 시간이 나서 읽어보게 되었다.

민음사에서 나온 <구르브 연락 없다> 라는 소설이다.

구르브라는 이름 부터가 너무 생소하고 연락이 없다니, 그리고 종결어미도 ~다 로 딱딱해서 제목부터 좀 후킹이 되는 소설이었다.


민음사 유튜브에서 지나가면서 봤던 것 같은데, 민음사 고전 문학 시리즈 중에서 유일하게 외계인이 주인공이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는 에스파냐 바르셀로나 사람이라서, 여러모로 정말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인 소설이다.

내용은 임무를 수행하러 온 외계인 구르브와 그의 상관이 지구에서 체류하며 겪는 이야기다. 

구르브는 더 일찍 우주선을 나와 지구로 갔는데 연락이 닿지를 않고 상관인 화자가 구르브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닌다. 

그 과정에서  지구의 문화를 배우긴 배웠지만 어설프게 배워서 생기는 여러가지 해프닝이 웃음 포인트다. 또한 바르셀로나의 문화적인 배경이 많이 반영되어 있어 90년대의 바르셀로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특수성 속에서 보편성도 느껴진다. 

외계인의 엉뚱한 행동은 이런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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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0 나는 부티크로 들어선다. 타이를 목에 걸어보니 나한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나는 똑같은 것으로 아흔네 점을 구입한다. 

16:30 스포츠 용품 매장으로 들어선다. 나는 랜턴, 물통, 캠핑용 가스, 바르사 프로 농구 팀의 셔츠, 테니스 라켓, 서핑 장비(야광 장미색) 세트에다 조깅용 신발 서른 켤레를 구입한다. 

17:00 식품 매장에서 흑오리 햄 칠백 개를 구입한다. 

(...)

17:20 자동차 매장에서 마세라티 한 대를 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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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등 이렇게 많은 물건을 갑자기 많이사는데 은행에서 돈을 입금할때 순간적으로 단말기를 조작해서 0을 열네개나 더 붙이는 것은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보석매장에서 롤렉스 손목시계를 산뒤에 그 자리에서 박살을 내고는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며 방금전에 쇼핑한 모든 물건을 분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은행 가기 전에는 신뢰가 중요한 곳이라며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로 변신하고, 어떤 곳에 갈때는 또 무슨 옛날사람으로 변신하고... (주석이 너무많이 달려있어서 너무 헷갈림) 동물로도 변신하고 근데 사람들은 생각보다 놀라지 않아서 내가 더 놀랐다. 

이 외에도 생각하지 못한 기행이 많으니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외계인은 술도 마시고 밥도 많이 먹고... 이상하게 소화제도 엄청 먹는다. 외계인이라서 소화를 못하나? 

그리고 주변에 말을 트는 친구들도 생기고 ... 그렇게 살다가 어느날 이상한 초대장을 받고 

그제서야 구르브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나타난 구르브는 많이 달라져 있다! 

구르브는 어떻게 변신했을까? 또 그들은 그들의 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스포는 하지 않도록 하겠다. 

외계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인간상, 그리고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이질적임이 재미있게 다가오는 책이다.

이북도 있고 길이도 길지 않으니 (아마 200쪽 이하일 것) 오래됐지만 신선한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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