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이직 타이밍이 찾아왔다. 타의에 의한 이직시도였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내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는 시도는 해야하니까, 그대로 있을 수 없으니까 다시금 지난 몇년간을 돌아보고 경험을 주워올리고 배울점을 떠올리고 하는 시간들을 보냈다. 지나간 시간을 다시 복기하는 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드는지. 어떻게 거쳐온 시간들인데! 그 힘든 시간들 속으로 다시 들어가서 하나씩 하나씩 새로운 길의 발판으로 쓰기 위한 징검다리를 만들어온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도 힘든 일이었따.
그렇게 경력기술서를 쓰고 자기 소개서를 쓰고... 계속해서 내가 왜 뛰어난 직원인지, 나를 왜 뽑아야하는지 드러내고 강조했다.
그러다 면접을 보게 되었다. 일단 큰 회사 건물에서 나는 기에 눌렸다. 면접 시간보다 20분 일찍갔는데도 건물에서 길을 잃어서 15분 정도를 소요한 것이다.
면접관들은 떨떠름해 보였다.
업무는 조금 탐나지만, 또 조금 도전적으로 보여서 자신감도 하락했다.
어찌어찌 면접을 보고나서
이제는 임원면접을 앞두고 있다.
불안정한 회사를 떠나 또 불안정한 회사의 면접을 보았다는 것, 또 다시 퇴직금을 위한 시간을 보내야한다는 것. 그렇다면 지금 이대로 있는 것은 맞는걸까?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일들 뿐이다.
안개로 가득찬 가보아야만 알 수 있는 일들, 무엇을 해도 후회가 생길 수 있는 길들
이런 때는 어떤 결정이 좋은걸까?
아직도 경험이 부족하고 시야가 좁은 나에게는 그저 너무 모든 것이 무겁기만 하다.
그렇지만 다시 어깨를 펴고 외쳐본다.
이걸로 망하겠어?
잘안되면 알바라도 하지 뭐, 뭐라도 해볼수있겠지
남 눈치를 보지 않고 나만 바라보고 산다면
또 크게 잘못될 것도 없지않나 하고 이를 앙다물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