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며 컨디션 조절하기
힘들었던 임신기간 중에도 장점이 있었으니 바로 생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동안 잊은 채로 지낼 수 있어 편했지만, 이제 생리는 부활했고 육아까지 해내야 한다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나는 매달 찾아오는 생리통이 심한 편이다. *월경전증후군까지 있는데 특히 우울감 같은 정서적인 증상이 생리시작 일주일 전부터 뚜렷하게 나타난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스스로에게 관심이 많았던지라 신체적 증상뿐 아니라 정서적 변동 주기까지 파악하고 있었고, 내 상태를 잘 알고 있으니 조절하는 방법도 터득한 상태였다. 처음에는 생리로 인한 정서적 변화를 이겨내려 애써 웃기도 하고, 흥미로운 데이트를 잡아보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억지로 기분을 거스르는 것보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일들을 최소화하여 사전에 방지하는 방식이 잘 맞았다. 내가 세운 몇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 생리 일주일 전부터는 약속을 잡지 않고, 모든 일은 되도록 단순하게 처리한다.
- 연인에게는 나의 생리주기를 알려주어 오해를 방지하고 이해를 부탁한다.
- 회사는 연차를 내거나 바쁜 일은 미리 처리해 둔다.
- 일주일 간 퇴근 후에는 메신저나 SNS를 삼가고 최대한 일찍 잠자리에 든다.
이렇게 나만의 원칙을 지켜온 결과, 매달 날뛰는 호르몬에 지배되지 않고 평탄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24시간 365일 나만 바라보는 아기에게 명랑하게 대해야 하고, 내 컨디션이 안 좋다고 양해를 구할 수도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얼굴로 나를 향해 웃음 짓는 아기를 보면서 나는 어떻게든 힘을 내야 했다. 당장 육아를 하면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짧고 쉬운 충전 방법을 찾아 실천했다.
[동요가 아니어도 괜찮다]
먼저 방구석에 있던 스피커를 온통 아기의 놀이공간이었던 거실로 꺼냈다. 블루투스 기능으로 동요가 아닌, 원래 내가 즐겨 듣던 노래를 틀었다. 모처럼 가요를 크게 따라 부르면서 아기와 춤을 추며 함께 들었다. 아기는 생각보다 가요도 좋아했다. 당연히 동요를 들려줘야 하고, 그래야만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은 내 선입견이었다. 아기는 혼자 웃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즐거운 표정을 보고 따라 웃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언제나 잊지 않기를 바란다. 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엄마이며, 엄마가 즐거워야 아기도 즐겁고, 엄마가 힘을 내야 아기도 잘 큰다.
[샤워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육퇴한 늦은 밤, 피곤에 절어 육아 동지와 메신저로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고군분투했던 서로의 하루를 공유하다가 "하.. 씻을 힘이 없다.. 일단 자야겠어ㅠㅠ 나 머리 못 감은 지 3일째야" 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ㅋㅋ"였다. (매일 씻는 부지런한 엄마들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나의 경우, 창피하지만 씻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자는 쪽이 좋았다. 당시에는 피식하며 '육아하다 보면 다 그렇구나' 했지만, 지금은 아무리 피곤해도 씻으려 노력한다. 잠도 부족해죽겠는데 언제 씻고 언제 자나 싶지만 신체의 불쾌지수가 높아지면 인내심이 약해지고 짜증도 쉽게 난다. 개운하게 샤워하고 나면 기분 좋은 에너지가 생기고, 다음날 육아 컨디션이 더 좋아진다.
[아기가 잘 때 최대한 잔다]
나는 밤 12시는 되어야 잠자리에 들던 습관이 있어서, 아기가 일찍 잠들어도 집안일을 하고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아기가 새벽마다 여러 번 깨는 것을 경험한 후, 시간이 나면 몇 시든 자려고 애를 쓴다. 낮잠이든 밤잠이든 아기가 잘 때 최대한 같이 자두면, 아기가 언제 찾아도 한결 온화한 상태로 대할 수 있다.
아기를 낳아보니 나는 많이 모자라고 불완전한 사람이라 으레 떠오르는 어머니 상과는 거리가 멀다. 자식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고 온갖 희생을 감내했던 우리네 어머니가 정말 존경스럽다. 나는 아직 '혼자일 때의 나'였던 것을 포기하기가 어렵고, 개인적인 욕심도 내려놓지 못했다. 초보엄마인 나는 '아기와 함께하는 나'로서 새롭게 거듭나려 한다. 내 인생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고, 이제 둘이 아닌 셋으로서 행복한 미래를 그려 나가려면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
*월경전증후군
월경 전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정서적, 행동적, 신체적 증상들을 특징으로 하는 일련의 증상군으로 유방통, 몸이 붓는 느낌, 두통 등의 신체적 증상과 기분의 변동, 우울감, 불안, 공격성 등의 심리적 변화 등이 흔한 증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