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육아'라는 세상에 내던져진 내향인
아기를 만나고 육아를 하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나니 지금껏 내가 가지고 있던 어설픈 관심사들은 사라지고 이제 진짜배기 관심사와 취향만이 남았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하늬 배우가 인터뷰에서 출산을 두고 '이보다 완성도 있는 일은 없다'라고 했는데 그 말이 진심으로 와닿았다. 나는 디자인이라는 일을 10년 가까이했지만 사실 내가 한 작업에 대해서 100% 완성도라고 자부한 적은 없다. 물론 스스로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작업도 있었지만 상업 디자인의 특성상 늘 시간과 예산에 쫓기고,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야 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기준에서는 아쉬운 점을 남긴 적이 많다. 이렇듯 먹고살기 위한 작업에 가까웠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보여주고 싶은 완벽한 디자인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그게 늘 아쉬웠다. 하지만 나의 사랑스러운 아기는 바로 그 아쉬움을 채워준 100% 완성도 있는 존재다. 내가 만들어낸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싶은 완벽한 존재. 디자인은 아닐지라도 임신과 출산은 나에게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다들 육아는 바쁘고 힘들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나는 잠을 줄이면서까지 새롭게 하게 된 취미가 있다. 영상은 거의 다뤄본 적이 없지만 아기의 일상을 기록하는 Youtube를 시작했다. 영상편집을 독학하면서 조금씩 러닝타임을 늘려가며 제작하고 있는데 지금은 간단한 영상은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정도가 됐다. 10년간 디자인을 하면서도 못했던 일인데, 육아를 하며 영상을 다루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육아와 어떻게 병행하냐며 놀라워하는 반응이 많은데, 내 눈에 완벽한 이 아름다운 존재를 세상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된 것 같다.
내향인으로서 갑자기 '육아'라는 세상에 내던져진 기분은 심히 당황스러웠다. 우연히 [내향육아]라는 책을 접하고 나서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나만의 육아방식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과 출산이 빠른 편이라 주변에서 조언을 얻기 힘들었던 나를 혼란에서 좀 더 빨리 꺼내준 고마운 책이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가 혹시 내 글을 읽으면서 도움이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나는 살아오면서 나의 성향, 성격과 같은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것을 좋아했다. 나에 관해서 알면 알수록 세상살이는 행복해졌고, 마음도 더 편안해졌다. 하지만 내가 알던 '혼자일 때의 나' vs '아기와 함께하는 나'는 지금까지 내가 공부하고 탐구해 왔던 것들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이었다. 나는 내향인으로서 육아 방식, 가정의 평화 지키기, 주변인과의 관계, 나 자신 돌보기 등 이와 같은 주제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생각들을 여기에 기록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