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공간
공간이 주는 에너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저는 늘 제가 있는 이 공간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하는 편입니다.
과연 나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공간인가
생각해 보는 거지요.
제가 사는 집에 와보거나
사진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말을 합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니!
보는 게 아니라 여기에 머물며
살고 있는 저로서는
정말 듣기 좋은 칭찬입니다.
자가가 아닌 전셋집치고는
꽤 깔끔하게 해 놓고 사는 편이죠.
공간을 목적에 맞게 잘 세팅한다면
모든 게 확실히 수월해집니다.
힘을 덜 들이고도 하고자 하는 일을
집중해서 빠르게 해낼 수 있어요.
흔히 요리하는 부엌에서는
다양한 조리도구와 조미료들이
각각 제자리에서 엄마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동시에 두세 가지의 요리도
척척 해내는 비결이지요.
부엌이라고 집마다 모두
똑같은 모습은 아닐 겁니다.
나는 딱히 요리는 하지 않는데
집에서 커피를 즐겨 마신다면
다양한 컵을 손길이 잘 가는 곳에 두면 됩니다.
에스프레소 컵, 머그 컵, 얼음 컵 등
조리도구와 식재료만큼이나
컵도 다양한 종류가 있으니까요.
그러면 부엌이라는 공간은
필요에 맞게 완전히 탈바꿈하여
제 역할을 다하는 곳이 됩니다.
같은 공간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척척 요리하는 부엌이,
누군가에게는 향긋한 홈 카페가 되는 거죠.
공간이라고 하면 집도 좀 넓고
방이 여러 개여야 할 것 같지만
원룸에서 작은 구역을 나누어도 됩니다.
나의 필요, 생활방식, 동선.
이 모두를 고려해 세심하게 설계한
나만의 공간들은 언제나 나를 도와주는
파트너의 역할을 하기에
단순히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집을 깔끔하게 하려고
무조건 비우고 미니멀을 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단 내 라이프스타일이 어떤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집은 무엇보다 내가 불편하지 않게,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어야
유지 관리도 잘 됩니다.
저는 몇 가지 원칙을 두고
집이라는 공간을 사용합니다.
[필요한 순간에 올바른 물건이 위치할 것]
- 두루마리 휴지는 욕실에만, 갑 티슈는 테이블 위에 놓습니다. 보기 좋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형광증백제의 유무가 다르므로 용도에 맞게 구별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커피를 저을 때 롱스푼이나 머들러를 씁니다.
[어떤 물건도 사용 전/후 늘 같은 모습을 유지할 것]
- 모든 물건에는 자기 자리가 있고, 사용 후에는 꼭 다시 제자리에 둡니다.
[선반, 서랍, 테이블 위 등 모든 공간에는 항상 여백을 둘 것]
- 꽉 채워서 사용하지 않고 처음부터 여유를 두면 꺼내기도 좋고 정리가 더 쉽습니다.
- 의도치 않게 갑자기 생긴 물건도 공간이 넘치지 않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 물건은 구매하기 전부터 미리 놓을 공간을 생각하고 삽니다.
- 먼저 버리거나 나누어서 공간여유가 생긴 후에 물건을 사는 것도 방법입니다.
[모든 살림은 내가 좋아하는 2-3가지의 색과 톤을 정해두고 그 범위에서 고를 것]
- 같은 나무도 화이트오크, 내추럴오크. 월넛 등 색이 다릅니다.
- 살림의 색이 어느 정도 통일되면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줍니다. 살까 고민하던 물건도 색이 너무 튀어 보이면 사지 않고 적절한 다른 색을 발견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액자나 그림은 되도록 나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 유행하는 그림을 인테리어용으로 따라 사지 않고 직접 그렸거나, 추억이 담겼거나 하는 의미 있는 액자를 둡니다. 이사를 가거나 유행이 바뀌어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이유가 됩니다.
[관리하지 못할 화분은 두지 않을 것]
- 식물이 갖는 에너지가 좋아서 플랜테리어용으로 화분을 몇 개씩 들이기도 하는데, 잘 관리하지 못한다면 조화나 드라이플라워를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기념일에 꽃을 선물로 받은 후 드라이플라워로 잘 말려두고 그 의미를 되새깁니다. 이렇게 하면 6개월은 두고두고 바라볼 수 있어요.
[꺼내두어도 그 자체가 오브제가 되는 물건으로 고를 것]
- 숨김 수납이 가장 깔끔하겠지만 모든 물건을 서랍에 넣어둘 수는 없습니다. 선반 위에 올려두어야만 하는 물건들이 있죠. 믹서기, 에어프라이기 같은 소형 주방가전이나 물티슈, 갑 티슈 같이 수시로 쓰는 생활용품이 그렇습니다. 스메그, 발뮤다, 다이슨 같은 브랜드는 디자인이 훌륭해서 그 자체가 공간을 꾸며주는 소품이자 오브제가 됩니다. 무리하는 게 아니라면 조금 돈을 더 들여서라도 처음부터 깔끔한 것을 사고, 물티슈나 갑 티슈는 케이스를 사서 담아두면 늘 나와있더라도 보기에 좋습니다.
저는 공간과
그곳에 놓인 작은 소품들까지
모두 저의 친구로 여겨요.
고심해서 들여온 내 물건에게
손수 적당한 자리까지 정해주었으므로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친근합니다.
그러다 보면 작은 수저받침부터
컵, 접시, 가구에 이르기까지
내 물건 모두를 아끼며
깨끗하게 사용하게 됩니다.
이사를 간다고 해도
웬만한 물건은 처분하거나
팔 생각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내 취향이며, 질 좋은 것을 사되
쉽게 바꾸거나 버리지 않고
친구처럼 오래오래 함께 살며
추억을 쌓아가는 것.
그것이 제가 집이라는 공간에 담는 의미입니다.
저는 집에서 늘 충만한 에너지를 얻어요.
단순히 공간뿐 아니라
이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까지도
좋은 에너지로 가득 채우는 집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