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가 된 오직 나를 위한 한 걸음, 손 모델 되기
내 신체 중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꼽으라면
'손'이라고 말할 것 같다.
섬섬옥수 같다는 칭찬을 수 없이 받아온
곧고 길게 뻗은 내 손.
처음에는 손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자꾸 받는 칭찬이 쌓이고 쌓여
나도 내 손에 애착이 생겼다.
손이 예쁘다는 칭찬과 함께
"손 모델 해도 되겠다."라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이 또한 칭찬인가 보다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말이
어느 순간 작은 소망이 되었다.
이 작은 소망의 존재를 눈치챈 것은
내가 아기엄마(어쩌면 이제는 아줌마)가 된 요즘이다.
언제까지나 영원할 것 같았던 내 장점인 고운 손이
직장과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며
눈에 띄게 거칠어지는 게 보였다.
육아로 인해 늘어난 요리와 청소, 빨래를 감당하다 보니
손에 물이 마를 새가 없고 자잘한 상처가 늘어만 갔다.
요즘 특히 고생하는 내 손을 보고 그제야 든 생각은
더 손이 늙기 전에, 더 거칠어지기 전에
'손 모델 한번 제대로 시켜줘야겠다.'였다.
이에 회사에서 손 모델이 필요한 촬영이 생기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직장 동료와 업체에서는 고맙게도 나를
‘손모델’이라고 불러 주었다.
업체에서 촬영 원본파일을 전달받는 날이 되면
메일로 첨부파일이 날아오는데,
파일 제목에 떡하니 적힌 '손모델컷. jpg'이라는 말이
뿌듯하고 의미 있게 다가왔다.
그 정도가 내 작은 소망에 딱 걸맞은, 작은 성공이었다.
나는 이 작은 성공을 모아 포트폴리오 삼고
크몽이라는 서비스 판매 플랫폼에
손모델 서비스를 직접 등록하여 손모델로 데뷔했다.
전문 프로 손 모델이 아니기에
당연히 더 낮은 가격으로 책정했고,
내 손을 찍어 준 촬영 감독님에게
수준에 맞는 가격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별하임'이라는 멋진 새 닉네임을 달고
손 모델 서비스를 등록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누가 의뢰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이대로 계속 나를 아무도 찾지 않아도 상관없다.
누군가 나를 손모델로 불러주었고,
포트폴리오도 만들어 나름 데뷔도 해 보았고,
촬영 결과물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웠으니
내 작은 소망과 꿈은 스스로 만족할 만큼 충분히 이룬 셈이다.
훗날 지금보다 훨씬 나이가 든 어느 날에
'손이 예쁘다는 칭찬을 그땐 많이 받았었는데
손 모델이라도 한 번 해볼걸 그랬나' 하는 회한이 아니라
'별로 찾는 사람은 없었지만 손모델을 하긴 했었지'라는,
나를 위한 도전을 했던 기억이
나에게 아름답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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