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자리 한 칸에 담긴 인생
지하철에 앉은 순간
특히 긴 여정일 때
무의식적으로 노인이 다가오면
자리를 바로 양보할지, 말지에 대해
나도 모르게 고민한다.
후자를 선택할 경우
이어폰을 꽂거나 두꺼운 책을
무릎 위에 올려둔 채
시선을 주지 않는 방식을 선택한다.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순간
나는 노인의 작은 드라마를 마주한다.
어떤 노인은
약간의 힘 있는 목소리와 유쾌한 톤으로
“나, 늙지 않았어요. ”라는 작은 위트를 툭 던진다.
그럼으로써 아직 마음만은 젊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또 다른 노인은 자리를 양보해야 된다는 에너지를
풍기며 위풍당당히 앞에 선다.
감사보다 빈자리를 빨리 차지 위한 재빠른 움직임으로
마치 누군가에게 자리를 뺏기기 전에
먼저 차지해야 한 억척스러운 세월을 비춰주듯이
그리고 또 다른 노인은
“여기에 앉으세요”라고 말을 조용히 들은 후
“감사합니다”라고 힘없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 목소리를 통해
미래의 늙은 내 모습이 비친다.
어찌어찌 견뎌낸 세월 속에
조용히 살아남은 음성
양보란 미래의 나에게 건네는
조용하고 다정한 인사다.
운이 좋으면
노인의 온기로 데워진
한여름의 다정함에
내가 놓일 수 있기에
마치 인생의 마라톤 계주에서
바통을 건네받은 선수처럼
나는 다시 자리를 되찾고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남기며 지하철을 떠나는
한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 인사는 존재가 또 다른 존재에게 건네는
생의 손짓이다.
그날 나는 자리를 양보했지만
사실 내 미래에게 자리를 내어 주었다.
- 노인의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