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파토스

또 다른 탈출을 꿈꾸며

by 숨결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고속도로 위, 서울 방향이라는

초록색 표지판만 보아도

어린 마음은 설렘으로 흔들렸다.


나만의 이데아,

역동적이고 세련된 도시의 풍경 속으로

나는 홀린 듯 매료되었고,


10대에 광화문에 상경한 나는

360도 회전하며 도시를 촬영하는

드론처럼 마음이 회전했다.

서울 하늘을 향해 높게 솟아오른 유리 빌딩을

올려다보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20대 중반 광주를 탈출하듯

상경한 경기도에서의 20년은

사람과 장소는 바뀌었지만

끝없이 따라붙는 가족의 그림자와

비극은 되풀이 됐다.


이른 아침

내가 마주한 서울은 설렘이 깃든

이데아가 아닌 병든 자신을 마주한

살아내고자 애쓰는 병든 자화상의 일부다.


무표정의 얼굴과 힘겨운 몸뚱이를

겨우 지하철 한켠에 실어 병원으로 향하는

회색빛 풍경의 일부일 뿐이다.


질주하는 지하철 바퀴의 불꽃 튀는 쇳소리

가 내 몸과 마음을 거칠고 차갑게 긁어내는 것 같다.


병원 진료 시간 전에 도착한 나는

나를 겨우 지탱하는 작은 자본에 기대어

차갑고 씁쓸한 아이스 카페 라떼를 마시며

다시 이 도시의 탈출을 꿈꾼다.


또 한 번의 설렘을 기대해 보며 …



https://youtu.be/89Rq4_QcBkw?si=X7CfJuAiUf5X09zo


| 도시의 소음을 뒤로한 채 마음의 파토스를 기록하다.

By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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