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귀 기울이는 법, 『자궁 이야기』를 읽으며

by 숨결



자궁 절제술 ― 여성 건강과 정신적 영향



나는 자궁으로 인한 절망과 환희, 그리고 상실을 맞이한 지금,


우연히 도서관에서 나의 삶의 맥락과 겹쳐지는 책 『자궁 이야기』를 발견했다.


자궁 질환으로 고통받고 이를 극복해가는 여성의 삶에서,


자궁은 단순히 생식적·사회적 기능을 넘어 여성 정체성과 정서에 깊이 관여하는 기관임을 알 수 있다.


다른 장기와 달리 새로운 생명을 품고 잉태하는 신비로운 기관이기에,


자궁의 제거는 단순히 생리적 장기 하나를 떼어내는 행위로만 이해할 수 없다.




『자궁 이야기』에는 이런 고백이 담겨 있다.

“내게 아름다운 가족을 선사한 자궁이 이제 나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내가 원치 않음에도 내 안에서 다른 생명체를 몰래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이 슬펐다.” (p.346)


삶을 지탱하던 기관이 어느 순간 등을 돌려 위협이 될 때, 여성은 깊은 상실감과 혼란을 겪는다. 자궁 절제술은 단순히 장기를 떼어내는 행위가 아니라, 여성의 몸과 정신, 그리고 정체성 전체에 파문을 일으키는 사건이다.




자궁과 뇌의 연결


『자궁 이야기』는 자궁과 뇌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임신하지 않은 자궁도 ‘휴면 상태’가 아니며, 끊임없이 뇌와 대화하며 감정과 사고에 영향을 준다.


애리조나대학교 연구팀은 이를 ‘난소–자궁–뇌 시스템’이라 명명했다.


자궁을 제거하면 이 회로가 끊어져 뇌 기능과 정신 건강에도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연구에 따르면 자궁 절제술을 받은 여성은 장기적으로 새로운 정신질환을 진단받을 위험이 높았다.

우울증 위험: 6.6% 증가

불안증 위험: 4.7% 증가

특히 18~25세 여성은 우울증 위험이 12% 더 높음


또한 동물 실험에서도 자궁만 제거한 쥐들이 길 찾기 능력이 떨어지고, 인지 기능 저하가 관찰되었다.





상실감과 회복


자궁 적출은 신체적 회복뿐 아니라 정신적 상실감을 동반한다.


“나 자신에게 애도하고 극복할 시간을 줘야 했어요.” (p.363)




이는 단순히 수술 후의 신체 회복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애도하고, 잃어버린 부분과 화해하며, 다시 살아갈 힘을 찾아야 하는 과정임을 의미한다.






정리하며


자궁 절제술은 단순히 장기를 제거하는 시술이 아니다.


- 뇌와 정신 건강에 영향을 주는 복잡한 시스템의 변화

- 상실과 슬픔, 그리고 회복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전환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 여성의 몸은 과학이 설명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신비로움을 지니고 있으며,


그 안에는 생명과 감정, 정체성이 함께 얽혀 있다. 때로는 보지 않는 것이, 모르는 것이 더 편할 때가 있다. 그러나 자각은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몸을 지도처럼 꿰뚫어볼 때 힘이 생기지만, 그만큼 불안해질 수 있다.” (p.10)


자궁 절제술은 단순한 의학적 시술이 아니라 여성의 삶 전체를 재정의하게 만드는 사건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상실과 슬픔을 경험하지만, 동시에 강인하고 진취적인 존재로서 다시 살아갈 수 있다.


『자궁 이야기』는 이러한 진실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Jóhann Jóhannsson – 'Flight From The City' from Orphée

https://youtu.be/AlftMNmDH00?si=rBGhjTtiFOhppHeI


마치 엄마와 생명사이에 몸으로 교감하는 이 곡은 나의 자궁 이야기를 음악과 몸의 언어로 풀어낸 듯 소름끼치도록 강렬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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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자궁 이야기,저자: 리어 해저드_출판김영사발매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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