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시학 #1.

체칠리아 바르톨리 ‘품위와 자유의 노래’

by 숨결

Intro.

파주에 고급 음악 감상실 ‘콩피노 콩크리트’에 조만간 가보려고 해요. 만약 음악을 선택할 수 있다면 저는 체칠리아 바르톨리 음악을 들을 것 같아요. 청소년기에 전축에 cd를 넣고 들었던 추억이 많거든요. 직접 시내에 있는 음반사에 가서 새로 발매된 DECCA CD음반을 구입하면서 느꼈던 설렘을 하나씩 꺼내봐야겠어요.


이탈리아 성악가 Cecilia Bartoli

이탈리아의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Cecilia Bartoli)는 화려한 기교보다, 감정의 결을 따라 노래하는 예술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벨칸토의 정제된 아름다움과, 인간적인 온기가 공존한다.


체칠리아 바르톨리는 오페라뿐 아니라 이탈리아 가곡(canzone italiana) 해석에서도 탁월한데요, 그녀의 음색은 ‘벨칸토의 따뜻함과 지성’을 동시에 지닌 메조소프라노로서, 이탈리아 낭만가곡의 정수를 잘 드러냅니다.


바르톨리의 이탈리아 가곡 해석 특징

•과도한 감정 표현보다 텍스트의 리듬과 호흡을 중시

•고전적 구조 안에서 ‘여성의 내면 감정’을 절제된 방식으로 드러냄

•피아노 반주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대화 상대”로 인식함


바르톨리의 해석 포인트

1. 속삭이듯 낮은 호흡으로 시작해, 감정이 점차 커져가요. 분노나 절망이 아니라, 조용한 결의로 들립니다.

2. 비브라토를 절제해 음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요.

사랑의 체념이 아니라, ‘존엄한 감정의 여운’을 남기죠.

3. 중간 부분에서 약간의 루바토(rubato) —

‘감정의 흔들림’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중심은 무너지지 않아요.


오늘은 그녀가 남긴 바로크 가곡 두 곡 ―

〈Sebben, crudele〉과 〈Se tu m’ami〉 ― 를 함께 듣는다.


〈Sebben, crudele〉 — Antonio Caldara (안토니오 칼다라)

•시기: 바로크 후기 (18세기 초)

•형식: 단순한 다 카포(ABA) 구조의 이탈리아 가곡

•주제: “그대가 잔인해도,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리라.”

상처받은 마음을 품고도 끝내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품위와 인내를 노래합니다.


Sebben, crudele — “그대가 잔인할지라도

Sebben, crudele, mi fai languir,

Sempre fedele ti voglio amar.

Ti farà amar, o cara, mia rosa.


그대가 잔인해도, 나를 괴롭혀도

나는 언제나 변함없이 그대를 사랑하리.

오, 나의 장미여, 그대는 내 사랑의 이유이니.


이 짧은 노래 속에서 바르톨리는 울부짖지 않는다.

그녀는 상처를 품은 채, 고요한 결의로 사랑을 노래한다.


슬픔은 절망이 아니라 품위,

체념은 포기가 아니라 존엄한 기억이다.


그녀의 목소리 끝에는 장미(rosa)가 핀다.

그건 피로감 속에서 피어난 연민의 꽃,

‘아름다운 체념’의 상징이다.


“그리고 사랑은, 품위의 끝에서 자유로 흘러간다.”


Se tu m’ami, se sospiri — “만일 나를 사랑한다면 “

Se tu m’ami, se sospiri,

sol per me, gentil pastor,

ho diletto del tuo amor.


만약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나를 위해 한숨 쉰다면,

그대의 사랑은 내게 기쁨이 되리.


그러나 노래는 곧 방향을 바꾼다.


Ma se pensi che soletto io ti debba riamar,

pastorello, sei sognetto —

젊은 목동이여,

내가 너 하나만을 사랑하리라 믿는다면 착각이에요.


이 노래의 화자는 더 이상 상처 입은 여인이 아니다.

그녀는 사랑을 선택할 자유를 아는 사람이다.

장미는 오늘 피어나도 내일이면 시들고,

바람은 다시 들판으로 불어 간다.

사랑도 그렇게, 머물다 흘러가는 것임을 알고 있다.


바르톨리의 목소리는 그 덧없음을 미소로 받아들인다.

그 미소에는 사랑의 슬픔이 아니라 자존감의 온기가 있다.


감정적·심리적 해석

•이 노래는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니라,

여성의 감정적 주체성을 일찍이 드러낸 곡이에요.

•화자는 유혹과 헌신 사이에서 “나 자신을 지키는 사랑”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바르톨리의 해석은 가벼운 유희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는 지혜와 품격이 숨어 있어요.


바르톨리 버전의 특징

•가벼운 루바토로 장난기 있는 자유로움 표현

•“Bella rosa porporina(아름다운 붉은 장미여)” 부분에서 장미의 덧없음을 살짝 웃으며 노래함 삶과 사랑의 유한함을 아는 미소


체칠리아 바르톨리 버전의 특징

•가벼운 루바토로 장난기 있는 자유로움 표현

•“Bella rosa porporina(아름다운 붉은 장미여)” 부분에서 장미의 덧없음을 살짝 웃으며 노래함 삶과 사랑의 유한함을 아는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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