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장 <삼사순례>

삼사순례의 시작

by 숨결

춘희는 모태 가톨릭 신자였다. 그러나 삶이 고단하고 괴로워질수록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깊어졌고, 종교생활을 내려놓은 채 3년째 무신론자로 지내고 있었다. 다른 신을 믿는다는 것이 원죄라는 개념이 오래도록 죄책감을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나는 남에게 특별히 피해를 주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왜 끊임없이 고난이 닥치지?”


이 물음은 늘 춘희 자신을 향해 있었다. 동시에 전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는 전쟁과 기아, 난민의 고통을 바라보며 또 다른 질문이 이어졌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왜 저토록 고통받는 이들을 그대로 두시는 걸까?”


이러한 생각들은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감을 지속적으로 키워갔다.


원죄에 대한 죄책감이 조금씩 무뎌진 틈에, 춘희는 신실한 불자인 생식원 원장님을 만났다. 그리고 그녀의 수행길에 동행하기 시작했다.


어느 일요일, 원장님은 도봉사에서 출발해 조계사에서 점심 공양을 하고, 봉은사를 도착지로 삼는 삼사순례를 한다고 말했다. 춘희는 망설임 끝에 그 길에 함께하기로 했다.


새벽 여섯 시, 지하철을 타고 등산로 초입에 도착한 뒤 도봉사로 향하는 버스를 갈아탔다. 그렇게 춘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찰 중 하나를 방문했다. 입구에 서 있는 사천왕은 조금 무서워 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악귀를 물리치고 자신을 지켜주는 힘이 느껴졌다. 산세는 험했고, 사찰 한쪽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큰 바위 위에서는 나이 든 어머님들이 차디찬 냉기를 뚫고 굵은 염주를 돌리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춘희는 대웅전에서 삼배를 올린 뒤 쌀과 미역으로 공양을 올리며 정성을 다했다.


아침 공양으로는 콩국수가 나왔다. 국수를 먹은 뒤, 춘희는 다음 목적지인 조계사로 향했다.